
부활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 덕분에 우리도 부활의 “새로운 삶”(로마 6,4)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몸소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오셔서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시고 나날이 우리를 “새로운 삶”의 길로 인도하고 계심을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어떠한 불안도 두려움도 가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보이는 것만을 두고 희망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희망하기에 어떤 경우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며, 그래서 현세의 어떤 어려움도 잘 견디며 극복하면서 새로운 희망으로 삽니다. 하느님만이 우리의 희망이시며(에페 2,12 참조), 그분께서 친히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당신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1베드 1,3)을 주셨기에, 주님 부활의 삶 자체가 우리들의 희망이 됩니다.
주님의 부활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들 삶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입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에 직면할 때, 그리고 절망의 그림자가 우리를 덮칠 때, 우리는 아무런 희망을 찾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자주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활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이 믿음은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다시 살게 하며. 그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ㄴ) 사랑의 성령께서 우리에게 속삭이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라. 나는 너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
오늘날 우리는 전쟁, 불의, 빈곤, 절망 그리고 얼마 전 우리나라를 덮친 산불 재난 등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우리에게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며,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과거의 실패와 상처에 얽매이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끝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하시며, 우리의 삶의 여정 한가운데서 우리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 주십니다. 그래서 부활은 우리의 희망이 됩니다. 주님 부활의 능력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복된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상에 스며든 생명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또다시 곳곳에 부활의 싹이 돋아납니다. 이는 막을 수 없는 힘입니다. 가끔 하느님께서 존재하지 않으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고질적인 불의와 사악함과 무관심과 잔인함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새로운 어떤 것이 생명의 싹을 틔우고 언젠가는 열매 맺는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폐허가 되어 버린 땅 위에 끈질기고도 강인한 생명이 솟아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선이 다시 꽃피고 퍼져 나갈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날마다 아름다움이 새로 생겨나고 역사의 풍파를 거치며 변모됩니다. 가치들은 언제나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인간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늘 다시 일어납니다. 이것이 부활의 힘이고 모든 복음 선포자는 그 힘의 도구입니다. … 그리스도의 부활은 모든 곳에 이 새로운 세상의 싹을 틔웁니다. 그 싹은 잘려도 다시 자라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이 역사에 면면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헛되이 부활하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살아 있는 희망의 행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복음의 기쁨」 276, 278항)
그러므로 우리는 부활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부활의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과 용서, 나눔과 섬김을 통해 부활의 능력이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활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이 희망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됩니다. 이 희망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을 통하여 우리를 강하게 하시고 위기를 통하여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며 십자가와 죽음을 통하여 우리를 부활에 이르게 하실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부활로 우리가 누리게 되는 부활의 축복이며 은총입니다. 이제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어떠한 시련도 위기도 십자가와 죽음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새롭게 부활하리라는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축복과 은총이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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