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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오직 주님 앞에 무릎 꿇을 뿐”...미얀마서 피살된 사제의 말

참 빛 사랑 2025. 3. 16. 14:21
 
만달레이대교구 도널드 마틴 예 나잉 윈(44) 신부.


미얀마에서 최근 군인들에 의해 숨진 만달레이대교구 도널드 마틴 예 나잉 윈(44) 신부가 선종 당시 굴하지 않고 “나는 오직 주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교황청 전교기구 기관지 ‘피데스’에 따르면, 윈 신부는 2월 14일 오전 6시쯤 자신이 사목 중인 루르드 성모 마리아 성당에 들이닥친 군인들에 의해 선종했다. 이를 목격한 본당 주일학교 교사와 직원인 두 신자는 “술과 약물에 취한 군인 10여 명이 윈 신부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했다”며 “그러나 윈 신부는 침착하게 ‘저는 주님 앞에서만 무릎을 꿇습니다. 제가 당신들을 위해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요? 혹시 제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라고 물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그러자 즉시 한 남성이 단검으로 윈 신부를 찌르려 했고, 우연치 않게 윈 신부를 위협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다치게 됐다”며 “분노한 우두머리는 마찬가지로 칼을 꺼내 윈 신부를 반복적이고 잔인하게 찔렀다”고 전했다. 이들은 “신부님은 어린 양처럼 조용히 공격을 견뎌냈다”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신음도 내지 않았다”고 했다.

 

윈 신부를 공격한 무리는 살인을 저지른 뒤 그 자리를 떠났다. 마을 사람들은 충격과 눈물 속에 윈 신부의 시신을 거두고 장례를 치렀다. 장례 미사에는 5000명 넘는 신자가 함께했다.

 

군부가 장악한 미얀마 정부는 용의자 체포 소식을 전하면서 “이들이 군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로, 당국은 군법을 적용해 조치할 것”이라며 “종교 지도자를 포함한 민간인에 대한 모든 공격을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성직자와 신자들이 미얀마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가톨릭 사제인 도널드 마틴 예 나잉 윈 신부의 장례 미사를 거행하기 위해 모여있다. 출처=바티칸 미디어
 

미얀마주교회의 의장 겸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무고한 이들의 수많은 피와 희생, 윈 신부의 죽음이 미얀마 전국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종식하는 제물이 되기를 바란다”며 “모든 형제자매는 깨어나 가슴 아픈 비극에서 교훈을 얻어 폭력을 끝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얀마 군부는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지금까지 군부에 저항하는 민주 세력 및 소수민족을 탄압하며 내전 중이다. 4년 넘게 지속되는 내전 속에 새 성당이 건립 며칠 만에 폭격당하고, 군 폭탄이 교회를 공격해 신자 4명이 사망하는 등 교회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