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7일 보편 교회는 ‘MZ(밀레니얼+Z)’ 세대 첫 성인을 맞이한다.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가톨릭교회 성인의 기적을 알린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가 바티칸에서 열리는 시성식을 통해 성인품에 오른다. 아쿠티스 복자는 15세 어린 나이에 선종하기 전까지 깊은 성체신심과 신앙생활을 인터넷을 통해 알린 인물로, ‘주님의 인플루언서’로 불린다.
복자의 시성일이 다가오면서 MZ 세대 중 짧은 생애에도 신앙적 덕행과 모범으로 시복 절차에 오른 이들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아카시 바시르의 영정 앞에 모인 가족들. OSV
테러 맞서 순교한 아카시 바시르
아카시 바시르(1995~2015)는 파키스탄 교회 최초로 복자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인물이다. 2015년 3월 20세 청년 바시르는 자살폭탄 테러에 맞서 자신을 희생해 수많은 이를 구한 현대 순교자다.
바시르는 주일 미사 전 테러범이 들어오려는 것을 알아채고 “나는 죽을 테지만 저 사람을 교회 안으로 들이면 안 된다”고 거세게 말하며 성당 출입문을 틀어막았다. 테러범을 막는 데엔 성공했지만, 그는 폭탄 테러로 그 자리에서 산화했다.
바시르의 희생은 미사를 위해 모인 신자 전부를 살렸다. 그는 곧 파키스탄 교회 공동체 속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022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하느님의 종’으로 승인했으며, 2년 뒤 해당 교구는 시복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는 교황청 시성부가 시복 절차를 심사하고 있다. 교황이 그의 행동을 공식 순교로 인정하면 기적 심사의 승인 절차 없이 복자품에 오를 예정이다.
마태오 파리나. 페이스북 캡처
피에란젤로 카푸치마티. 페이스북 캡처
투병 중에도 복음 전한 마태오 파리나·피에란젤로 카푸치마티
마태오 파리나(1990~2009)와 피에란젤로 카푸치마티(1990~2008)는 1990년 이탈리아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에 참여하며 신실한 신앙심을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뇌종양과 백혈병으로 긴 투병 끝에 생을 달리했다. 병세가 깊어졌음에도 이들의 주님을 향한 강한 신앙과 열렬한 신심은 더욱 증폭됐다.
카푸치마티는 투병 중에도 기도와 신학 공부에 매진했고 창조물의 아름다움을 묵상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파리나는 9살 어린 나이 때부터 강한 선교사명을 느끼고 주변 또래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특출난 신앙적 면모를 보이며 주님을 증거한 인물이다.
교회는 이들의 삶, 특히 영웅적 덕행을 인정하며 시복 절차에서 ‘Nihil obstat(장애 없음)’ 판결을 내렸다. 현재는 각각 교황청 시성부와 교구 차원에서 두 ‘하느님의 종’의 기적에 관해 심사하며 시복 절차를 밟고 있다.
클레어 크로켓 수녀. OSV
이웃과 봉사에 헌신한 클레어 크로켓 수녀
1982년 아일랜드 데리에서 태어난 클레어 크로켓 수녀(1982~2016)는 전도유망한 아역배우였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마주한 삶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주님의 강한 부르심을 느낀 그녀는 앞길 창창했던 자신의 본래 삶을 포기하고 하느님께 순명하고자 모후의집 시녀회에 입회했다.
2001년 입회한 그녀는 2010년 종신서원했고, 남미 에콰도르 플라야 프리에타 지역 공동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봉사하는 데 전념했다. 그녀는 신앙적으로 기쁘게 지냈고, 이웃을 위해 투신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던 중 2016년 지진으로 선종했다.
크로켓 수녀의 사망 이후 그녀가 행한 수많은 선행에 대한 증언과 많은 이가 주님을 알게 되어 개종하고 기적이 행해졌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2023년 교황청 시성부는 그의 시복 절차에 ‘장애 없음’ 판결을 내렸고, 지난 1월 12일부터 공식적으로 교구 차원의 검증이 진행 중이다.
헬레나 크미엑. OSV
해외 선교에 투신한 헬레나 크미엑
폴란드 태생으로, 젊은 선교사였던 헬레나 크미엑(1991~2017)은 깊은 신앙을 지닌 성가정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강한 사랑을 보였고 매일 미사에 참여하며 자신의 인생을 하느님께 순명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에 진학한 뒤 그는 살바토르 선교회 봉사단에 합류했고, 헝가리와 잠비아, 루마니아에서 선교사로 활약했다. 선교활동 중 취약한 상황에 놓인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돕는 데 모범을 보였다. 2017년 1월 볼리비아 여행 중 학교 봉사 를 하다가 강도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의 헌신적 공로가 인정돼 장례 미사는 스타니스와프 지비시(전 교황 비서) 추기경이 주례했으며,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지난해 ‘하느님의 종’ 칭호를 부여받았으며 현재 시복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후 폴란드 정부로부터 금십자 훈장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