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제노사이드 협약’의 국제 범죄 기준 충족” 비판
교황청 파롤린 추기경 “강제 추방은 있어서는 안 될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발에 부딪혀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점령하겠다는 구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팔레스타인 자치구들과 국경을 맞댄 아랍국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점령할 경우 그곳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주시킬 후보지로 요르단과 이집트 등을 거론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4일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점령 계획을 공개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 200만 명을 다른 아랍 국가에 영구적으로 정착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개발,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중동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큰 반발을 샀다. 미국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유다인들은 2월 13일 뉴욕타임스 전면 광고를 통해 “유다인들은 트럼프의 또 다른 인종 청소 계획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살아남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대량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온주의자, 즉 유다인들의 국가 건설을 위한 민족주의 운동가들에 의해 집에서 강제로 쫓겨났던 1948년의 ‘나크바’(대재앙)를 연상시킨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자칫 1948년 인종 학살 방지를 위해 체결된 ‘제노사이드 협약’이 정의하는 국제 범죄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2월 13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1929년 라테라노 조약 체결을 기념해 모인 기자들에게 “라테라노 조약에서 바티칸과 이탈리아 정부는 서로를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관계를 정상화했다”며 이 사례에 비춰 다시금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합법적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로 승인하고, PLO도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내용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새로운 시나고그 프로젝트(New Synagogue Project)’의 랍비 요제프 베르만은 가디언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과 세계를 통치하고 소유하며, 지배할 권한이 있는 신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며 “그 누구도 팔레스타인인의 고유한 존엄성을 빼앗거나 부동산 개발을 위해 그들의 땅을 훔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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