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을 태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최악의 산불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카푸친 작은형제회 수도자들의 나눔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패서디나 컨벤션센터에 대피한 이웃을 위해 푸드트럭을 운영, 화재 이후 약 열흘 동안 4000끼의 음식을 제공한 것이다.
수도자들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가 기부에 동참하고, 자원 봉사에 임하면서 이들의 선행이 이곳 컨벤션센터뿐만 아니라 인근 로즈볼 경기장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에게까지 전해졌다.
결국 이들은 자연재해와 인도주의 위기에 시달리는 이웃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과 협력해 라카냐다플린트리지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고등학교 사제관에 공식적으로 식품 창고를 설립했다.
수도자들이 운영하는 푸드트럭은 캘리포니아 남부 이재민들에게도 매주 수백 끼의 식사를 배달하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 고등학교의 종교학 강사 크리스토퍼 이완시오 신부는 “우리는 집과 같이 사람들이 잃은 것을 모두 되돌려 줄 순 없다”며 “그러나 이들과 하느님이 동반하신다는 것과 고통 속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알려줄 순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음식은 단지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혼도 살찌우게 한다”며 “수도자들은 이들의 슬픔을 듣고, 그들이 무너질 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회 또한 사제관 등이 불탔지만 다행히 수도회가 설립한 학교는 안전했다. 이완시오 신부는 “이재민들을 위해 최소 20명의 교직원과 75명의 학생이 봉사하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학생들의 가족도 이재민들에게 식사와 함께 나눠줄 간식 가방을 준비하는 등 힘을 보탰다.
성 프란치스코 고등학교 교장 트레이시 트레버씨는 “어려운 시기, 지역 사회의 희망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기도와 나눔으로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모든 이와 연대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월 발생한 LA 산불로 부동산 손실 규모만 300억 달러(약 43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산불 이후에는 9개월 치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지역 곳곳에서 여전히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완시오 신부는 “수도회는 학교를 비롯해 더욱 다양한 지역 사회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쌓아가며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며 “미국은 분열되고 양극화됐지만, 이 같은 위기에서 서로 다른 신앙과 삶의 배경·정치색을 가진 이들이 협력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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