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와 고미’ 인스타툰을 연재하는 유현지(프란치스카)씨가 자신의 캐리커쳐를 보내왔다.
“''다정한 게 최고야!''가 유행처럼 번졌으면 좋겠어요. 보통 사람들은 월천(매달 1000만 원) 버는 이들을 우러러 보잖아요. 제 웹툰이 다정한 사람을 우러러 보는 사회가 되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현지(프란치스카, 40)씨는 10년 전 수도회에 입회했다가 나온 후 결혼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다고 확신하는 남자와 결혼해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웹툰 ‘구미와 고미’(@gumigomi.toon)를 연재한다. ‘구미와 고미’는 세상 무해한 고슴도치 커플의 결혼장려 웹툰이다. 사내 연애·결혼 준비·임신 준비 및 일상을 바탕으로 유씨 자신의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올해 1월 25일 첫 게시물을 올렸고 지금까지 56개 게시물에 팔로워가 1만 6000명이다. 지금까지 ‘30살, 수녀원에 들어가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신랑’ 등 시리즈를 비롯해 사내연애 스토리까지 고슴도치 커플의 우당탕 일상이 펼쳐진다. 수녀원 이야기는 유씨가 짧지만 직접 경험한 수도생활을 그려냈다. 일반인들이 알기 쉽지 않은 수도원의 먹거리와 재산분배 등을 비롯해 청빈과 가난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생활도 담아냈다. 진지한 신앙 이야기는 ‘묵상하는 구미’ 계정을 따로 만들어 올리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너무 두려워하고, 대중 매체에서 부부 관계를 굉장히 힘들게 또 자극적으로 많이 비추고 있어요. 주변에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많은데, 이런 모습이 더 많이 조명되면 좋겠습니다.”
‘구미와 고미’ 인스타툰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다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이유’.
웹툰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에피소드는 ‘다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이유’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은 그만큼 가계에 보탬이 되므로 집안일을 더 적게 한다는 세상 논리와는 반대로, 프리랜서로 생계를 책임지는 남편 고미가 설거지를 맡아서 하는 장면이다. 웹툰을 그리는 아내 구미는 남편이 외벌이니까 집안일은 내가 한다며 열심히 하는데, 남편 고미가 말한다. “돈이 네가 하는 일의 가치를 증명해주진 않아”라며 “반 고흐도 살아 생전엔 거의 돈을 벌지 못했잖아”하며 설거지하러 가는 남편의 다정함을 한껏 자랑했다.
유씨는 “원래 비혼주의자였는데 이 만화를 보고 나서 비혼주의에서 마음을 열게 됐다는 20대 여성이 남긴 장문의 댓글을 보고 뿌듯하고 기쁘고 감사했다”고 했다. 유씨는 “요즘 청년들이 결혼 비용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정확히는 독립 비용이고, 독립은 결혼과 상관없이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발달과업이므로 오히려 결혼을 통해 이 독립 비용을 상대방과 나누어 진다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내가 상처받고 금전적·시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좀더 사랑을 선택하고 서로에게 좀더 다정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도 먹고살기 위해 인스타툰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제게 노동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재화가 아니라 노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가치와 도움을 주었느냐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는 ‘다정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원에 입회한 일은 삶의 전환점이 되는 동시에 퇴회한 후에는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을 펼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면서 “그 과정에서 하느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하느님은 용기와 자유의지를 주셨고, 나를 억지로 끌고 가시는 분이 아니라 그냥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분이라는 걸 알았죠.”
유씨는 “콘텐츠의 성공이 하느님 덕분이 아니라 제 능력이라고 믿게 될까 봐 교만하지 않으려고 기도한다”면서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저는 주님의 몽당연필입니다’라고 기도하셨듯이 저도 그 기도를 자주 기억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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