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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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환자 살리려 헌혈하고 한밤중에도 찾아가는 천사같은 직원들

참 빛 사랑 2024. 8. 15. 15:21
 
 
진료소에서 직원들과 함께.

도움 필요한 이들 위해 기꺼이 나서는
직원들의 착한 마음에 고개 숙이게 돼

환자 위해서라면 위험 무릅쓰고
희생하는 모습 놀랍고 두렵기도 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말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문화





가난한 환자들


한 할머니가 강보에 싸인 3개월 된 아기를 안고 진료소에 왔습니다. 정신질환자인 아기 엄마는 사라지고 가족 중 한 명이 아기를 돌봤는데, 아기가 위장장애를 일으켜 진료소를 찾은 것입니다. 먼저 아기의 상태를 살핀 후 배가 고파 우는 아기를 위해 수도원 공동체와 진료소에서 각각 우유 한 통씩을 사서 아기 할머니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공동체 수녀님이 버스터미널에 손님 마중을 갔는데 한 노숙자가 다가와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는 1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치료비와 밥값을 요구했습니다. 수녀님은 진료소 전화번호를 주고 공동체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그가 보다보다(오토바이)를 타고 진료소를 방문했습니다. 그에게 아침 식사를 마련해 주고 목욕을 시킨 후 검사와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35세 청년으로 에이즈를 앓고 있었습니다. 에이즈약을 먹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다리 상처가 깊어졌던 것입니다. 입원치료와 음식을 제공해 회복을 도운 후 치료를 위해 수도 캄팔라에 있는 무료 국가병원에 보냈습니다. 공동체에서 사순 시기에 절식한 금액을 치료비와 교통비, 식비로 사용하라고 당부하면서 그를 떠나보냈는데, 잘 치료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진료소로부터 10분 거리에 사는 35세 여성은 임신 후 남편이 멀리 떠나버렸습니다. 결국 혼자 집에서 분만했지만 아기는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신질환이 생겨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족 중 한 명이 진료소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줄곧 가정을 방문해 여성을 돌봤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 시내 국립 정신병원으로 안내했습니다.

1년 반가량 지나 그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만났습니다. 정신과 약을 계속 먹어야 했지만, 진료소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면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료소 청소일을 권했는데, 그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그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지금은 진료소 직원으로 일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마을 주민들이 뱀에 물린 청년을 데리고 왔습니다. 응급처치 후 입원치료를 시작했는데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병실 구석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지요. 직원에게 물었더니 입원한 후 방문자가 없어 계속 굶고 있다면서 아촐리 부족(우간다 북부에 사는 부족) 말을 몰라 의사소통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일주일 간의 치료가 끝나 퇴원하는 그에게 진료소 일을 도와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2주쯤 지나 그 청년이 깔끔한 차림으로 찾아와 진료소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27살인 청년은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멀리 떠나 홀로 남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외롭게 살던 청년이라 말이 없고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의사소통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진료소에서 일하며 서서히 달라져 갔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그가 잘 이겨낸다면 정식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진료소를 받쳐주고 있는 많은 분의 기도와 후원 덕분입니다. 늘 감사와 기도로 보답하겠습니다.

 
한 아이가 진료를 기다리며 음식물을 먹고 있다.

 
이동진료소 직원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말라리아로 의식이 없던 아이가 주사를 맞고 의식을 되찾았다.



위험도 무릅쓰고 희생하는 직원들

심한 말라리아 환자들은 기생충이 적혈구를 잡아먹기에 극심한 빈혈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말라리아 치료가 끝나면 수혈을 위해 환자를 시내병원으로 보냅니다. 하지만 피를 구하지 못하면 다시 진료소로 연락이 옵니다.

이때 진료소 직원들이 나섭니다. 환자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경을 헤매는 환자와 혈액이 일치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기에 직접 수혈에 나서는 것입니다. 환자를 도우려고 시내병원을 오가는 교통비와 식비는 청구하지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진료소의 한 여직원은 혈액검사를 위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하룻밤을 지내고 수혈한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사흘 후 빈혈 증상이 나타나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진료소의 한 남자 직원은 선뜻 수혈을 해주기로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아 결국 수혈해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줄 수 없어 마음 불편해하는 그를 보며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제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서는 직원들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진료소 일을 하면서 접하게 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진료소에 심한 말라리아 환자는 주사를 12시간 간격으로 세 번 놔줘야 합니다. 직원들은 한밤중에도 플래시를 들고 환자가 있는 마을을 방문해 주사를 놓고 돌아옵니다. 환자를 위해서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제가 약으로 치료하자고 하면, 환자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고집을 부립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안전도 중요하기에 신부님과 상의해 한밤중 환자방문은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진료소 직원들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할 텐데 그런 일은 아직 없습니다. 어느 날 한 직원이 성실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 직원들에게 “그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순간 그런 질문을 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말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문화이고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평불만이 아니고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무력함·절망·내전·굶주림과 기근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만 그 이면엔 이처럼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지닌 나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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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에서 양혜선(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라우렌시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