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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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천사의 손가락 삼위일체 상징… 발아래 상자는 야곱의 우물

참 빛 사랑 2024. 8. 1. 15:23
 
천사의 알림: 94.5 x 80.3cm, 템페라, 14세기, 스코플테 박물관, 성 클레멘스, 오흐리드

펴져 있는 세 손가락은 삼위
구부린 엄지·약지는 일체의 의미


이 물은 생명의 물이신 구세주 의미
우물은 구세주를 몸에 담고 계신
성모님의 모습



<앞글에 이어>
동정녀

“그가 나를 대문으로, 동쪽으로 난 대문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런데 보라, 이스라엘 하느님의 영광이 동쪽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큰 물이 밀려오는 소리 같았고, 땅은 그분의 영광으로 빛났다. ··· 그러자 주님의 영광이 동쪽으로 난 문을 지나 주님의 집으로 들어갔다.”(에제 43,1-4)

“그 사람은 나를 성전 밖 동쪽으로 난 대문으로 다시 데리고 갔는데, 그 대문은 잠겨 있었다. 그때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문은 잠가둔 채 열어서는 안 된다. 아무도 이 문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이곳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겨 있어야 한다.’”(에제 44,1-2)

예로부터 삼대가 덕을 쌓아야 남향에 동쪽 대문 집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동문이 왜 좋을까요? 가장 먼저 빛이 들어오는 문이기 때문입니다. 어둠을 지나 떠오른 빛이 집안에 들기 시작하면, 새 아침과 함께 환하고 기운이 넘칩니다.

아마도 에제키엘 예언자 당시의 사람들은 이 동문의 의미를 완전히 해석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빛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동문, 즉 구세주로 오실 하느님의 의미까지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훗날 아르고의 페트루스는(850~922)1) 성전의 동쪽 문이 동정녀 마리아를 상징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동문은 성경에 언급됐듯 빛으로 세상에 오신 하느님께서 들어오시고 나가신 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외경2)에 따르면 동정녀 마리아가 성전(聖殿)에 봉헌된 후, 세월이 흘러 혼기가 다가오자 대제관은 천사가 알려준 대로 마리아의 배필을 정했다고 합니다. 즉 유다 지방의 총각과 홀아비들은 막대기를 하나씩 가져다 성전에 놓도록 명령받았습니다. 당시 홀아비였던 요셉도 막대기를 가져다 놓았는데 그곳에 두었던 막대기에서 기적이 일어나면서 요셉이 배필로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말하기를 “나는 아들들도 있고 이미 늙었다. 그리고 그녀는 젊디젊은 처녀이므로 나는 이스라엘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기 싫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렇지만 결정이 난 대로 그는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야만 했습니다. 요셉은 마리아와 약혼한 후 마리아를 집에 데려다 놓고, 목수 일 때문에 먼 곳으로 떠나가 있었습니다.

다윗 집안의 정결한 처녀로 성전에 사용할 자색과 붉은 장막을 짜도록 선택된 마리아가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놓고는 의자에 앉아 천을 짜고 있을 때,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동정녀는 순간적으로 빛이 들어오는 쪽을 향한 듯하고 약간 불안한 모습입니다. 동정녀는 약간 귀를 기울이는 듯한 표정으로(시편 45,11-12 참조)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왠지 두려운 듯 손을 들고 몸은 약간 뒤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천사

가브리엘 천사의 행동은 마리아의 조용한 모습과 달리 급히 다가오는 모습으로 표현돼있습니다. 이것은 이 기쁜 소식을 촌각인들 늦을까봐 빨리 전하고자 재촉하는 모습입니다.(루카 1,26-27) 그는 하느님의 충실한 종의 모습입니다. 천사는 기쁜 소식이라는 의미가 있는 흰빛 겉옷과 푸른빛 옷을 입고 있는데, 여기서 청색은 하늘의 의미와 순수함을 나타냅니다. 오른팔 어깨 부분의 조금 더 진한 청색 띠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그 띠는 사도들의 옷에도 표시되는데 색깔은 각기 다르며 예수님의 띠는 주로 금색으로 그려집니다.

천사가 왼손에 쥔 지팡이는 권위와 품위를 드러냅니다. 오른손은 팔을 펴고 있으며, 눈은 마리아를 향하고 있어 전해야 할 말을 이미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축복의 상징을 손가락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펴져 있는 세 손가락은 삼위이고 엄지와 약지를 구부려 붙인 것은 일체의 의미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구부린 두 손가락은 그리스도의 두 가지 본성을 상징하며 인간으로서(인성), 하느님으로서(신성) 처음부터 보이지 않게 계획하신 육화(肉化)의 신비를 기억시키려 합니다.

 
우물가의 성모님: 템페라, 31x26cm, 레클링하우젠 이콘 미술관, 독일.


우물

오흐리드 이콘에는 네모난 상자 형태가 앞 아래쪽에 있습니다. 이것은 야곱의 우물을 상징합니다. 우물은 땅에 있으면서 들여다보면 하늘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 물에 비친 하늘을 보면 하늘에 계신 분을 연상할 수 있고, 또 우물은 지상에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비친 하늘과 땅과 지하세계의 연결을 나타냅니다. 예로부터 유다 지방에서는 우물에 치유의 성격을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우물 안의 물로써 몸을 깨끗이 씻게 하고, 옷을 빨아 희게 하며, 병을 낫게 하고, 갈증을 풀어주며, ‘생명을’(에제 47,9) 유지하게 합니다.

이 우물은 앞에 놓여 있어 누구나 길어 마실 수 있으며,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그 안에서 샘처럼 솟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요한 4,14 참조) 이 물은 생명의 물이신 구세주를 의미하고, 우물은 구세주를 몸에 담고 계신 성모님의 모습입니다.



구도와 배경

지성소를 가리는 휘장이 걷혀 문 위로 걸쳐 있는데, 천의 끝자락이 살짝 늘어져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대칭 구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천사는 동적(動的)으로 힘차게 다가오는 모습인 데 비해, 성모님은 조용한 모습으로 생각하는 정적(靜的)인 구도입니다.

성령께서는 위로부터 성모님의 머리를 향하여 비둘기의 모습처럼 나타나고 있으며 검푸른 빛입니다. 이콘에서 하느님 빛의 색깔은 흰색이 아닌 검푸른 색으로 표현하는데, 성경에서 하느님의 기운을 짙은 구름, 안개로 자주 표현하는 데 따른 것입니다. 그 빛은 우리가 보는 자연의 빛이 아니라 그늘의 빛입니다.

성전 동문 위에는 늘어져 있던 붉은 휘장이 걷어 올려져 있는데, 이는 오실 구세주에 의해 성전 휘장이 걷힐 것을 미리 보여주는 상징입니다.(마태 27,51; 마르 15,38; 루카 23,45)

이콘에서는 중요 인물을 강조하여 그립니다. 앉아 계신 동정녀의 발판을 두 단계로 하여 한 단계의 천사보다 성모님을 더 위로 들어 올립니다. 또 서 있는 천사와 앉아 계신 성모님의 크기가 같음을 볼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일어나신다면 어떻게 될까? 천사보다 더 큰 성모님의 키에는 높으신 분이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원근법에 맞지 않게 지붕이나 발판이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이유는 역원근법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눈’이 성모 마리아의 복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모님의 복부를 중심으로 모든 가구와 천장, 우물, 발판이 원근법과 반대로 앞은 좁고 뒤로 갈수록 넓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성모님 복부에 있는 하느님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라보는 우리는 그 자리에 ‘보여지는’ 위치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방 미술에서 ‘천사의 알림’은 결과적인 분위기로 그려내지만, 동방 미술에서는 당시의 상태를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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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아르고의 페투르스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그는 폭넓은 교육을 받은 후 수도원에 들어갔으며, 저술에 힘을 쏟았다. 그는 주교직을 여러 차례 거절한 후 순종으로 받아들였고, 가난한 이웃에 사랑을 베풀었으며,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다고 한다.

2) 여기서는 「야고보 원복음」.
 

김형부 마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