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피어나는 곳에’ 사연자로 만난 4살 유현이.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중추성 무호흡증’이란 희귀병으로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그리고 목에 캐뉼라(공기가 통하게 하는 의료기구)를 평생 차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호흡 조절이 잘 되지 않고, 특히 수면 중에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부모가 늘 보살펴야 한다.
그런 자신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현이는 부모와 인터뷰하는 내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의 순수한 미소를 보며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면서도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냉엄한 현실을 듣곤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24시간 곁에서 보호해야 하는 질병이기에 부모는 아이 출생 직후부터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온전히 아이 치료에만 매달리며 달려왔다. 급한 불은 껐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 기다리고 있다.
‘사랑 피어나는 곳에’ 성금 전달식은 두 달 뒤에 있고, 당장 밀린 대출 상환금과 전세보증금 인상금을 내지 않으면 쫓겨날 신세에 처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방법을 고민해보겠다.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 잘 보살피고 계셔라. 좋은 얘기 들려주겠다”는 당찬 약속을 하고 나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말이다. 앞집과 마주치는 상황도 어색한 지금, 먼 옛날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저 말을 실행해보고자 한다. 인연이 닿은 만큼 한 아이의 미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당장은 통장 속 얼마의 돈을 나누는 것이 되겠고, 필요할 때 시간을 내 좋은 삼촌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유현이를 알게 된 것도 한마을 주민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꽤 큰 공동체가 아닐까 싶다. 마을 주민으로서 유현이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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