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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일방적 탈시설 아니라 선택권 줘야

참 빛 사랑 2022. 8. 16. 16:26

중증 발달장애인 부모, 정순택 대주교 예방 탈시설 정책,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아 교회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 등 호소 정 대주교, 목소리 경청하고 아픔 위로

▲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으로 중중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자녀를 시설에 맡기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사진은 2018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 바오로교실 보호작업장 발달장애인들이 공방 수업을 하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3일 예방한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 대표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갈 곳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

중증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들이 3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해 눈물로 호소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김현아(딤프나, 인천교구 청수본당) 대표와 박순옥(보나, 인천교구 소사본3동본당) 총무, 박충렬 서울지역 대표는 정 대주교에게 “정부의 탈시설 정책으로 중증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무연고 장애인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교회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했다.

김현아 대표는 중증 자폐성 장애를 앓는 31살 아들이 있다. 그는 “탈시설 정책의 일환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이하 시설) 정원이 줄어들면서 지난 3년간 아들을 맡긴 시설에서 퇴소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탈시설 피해자라고 소개한 박충렬 서울지역 대표도 “20년 동안 딸을 맡긴 시설의 이용자가 20명 미만으로 떨어져 문을 닫는 바람에 지난해 4월 퇴소를 당했다”며 “강제로 다른 시설로 옮겼는데 그곳도 보건복지부의 탈시설 시범사업소 10곳 중 한 곳으로 지정돼 정원이 계속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용변도 못 가리는 장애인을 위한답시고 주택을 지원해 방치하는 것이 복지냐”며 “장애인 돌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자립만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고 정 대주교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이 이처럼 하소연하는 건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시설에 맡기는 게 점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며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개소를 금지하고 단계적으로 시설 거주 장애인을 줄여나갈 것을 천명했다. 실제 서울시가 매년 발표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을 보면 지난 5년간 시가 지원하는 시설 거주 장애인 수가 22%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2017년 45개 시설에 거주하는 2766명의 장애인을 지원했지만 2018년은 2577명, 2019년에는 2464명으로 매년 100명가량씩 줄여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원 시설과 시설 거주 장애인 수는 각각 41개와 2136명까지 감소했다. 4년 이내에 시설은 4곳, 지원 인원은 총 630명이 줄어든 수치다. 반면 서울시 내 장애 정도가 모두 ‘심한 장애’로 분류되는 발달장애인은 2017년 3만 1055명에서 지난해 기준 3만 4185명까지 증가했다. 5년 동안 지역 내 발달장애인은 10.08% 늘었는데, 시설 거주 장애인은 22.78% 줄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지원하는 시설 41곳 가운데 발달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은 22곳으로, 발달장애인만 시설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며 지원 인원이 줄어든 것은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발적인 퇴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데 퇴소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강변했다.



탈시설, 장애인 특성에 맞게 진행해야

시설을 나온 장애인은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정부 혹은 지자체가 지원하는 지원주택 등에 살게 된다. 중증장애인을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남은 선택지는 지원주택인데, 이곳의 상황은 기존 시설보다 훨씬 열악하다. 현재 중증장애인이 머무는 거주시설은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과 같은 장애인 전문 인력과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다. 반면 복지부가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원주택에는 상주하는 인력이 없다. 다만, 개인별로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할당된 시간만큼 활동지원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그 시간 내로 상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원주택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활동지원사도 전문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활동지원사 자격증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40시간 교육을 수료하고 10시간 실습을 마치면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주시설의 전문 인력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지원주택에는 당직 형태로 상주하는 거주 코디네이터와 거주 코치가 중증이나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돌본다. 한 지원주택의 거주 코치 채용 공고를 살펴보니 장애인 관련 실무경력이나 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 경력을 우대할 뿐, 누구나 지원할 수 있었다.

중증 발달장애인 부모는 탈시설 현황에 이어 장애인의 시설 입소를 막는 장벽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장애인이 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심사를 거쳐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입소적격판정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말 서울시에서 입소적격판정을 받은 뒤 시설 입소를 기다리고 있는 발달장애인은 모두 73명. 복지부의 ‘2022년 장애인 복지시설 일람표’를 보면 같은 기간 서울시에서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24시간 거주시설 중 단기시설과 영유아시설을 제외한 37곳의 정원은 2174명이지만, 거주하는 장애인은 189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자녀의 시설 입소를 희망하는 부모는 돌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입소하지 못한 장애인은 결국 정신병원이나 미인가시설로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이런 지적에 서울시는 “거주시설 정원은 지방자치단체인 구(이하 자치구)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관련 민원이 시에도 들어와서 올해 7월 넷째 주쯤 각 자치구에 공문을 발송해 정원에 맞게 대기자가 잘 관리될 수 있도록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이날 중증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그는 “장애인마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가 달라 장애인과 그 부모가 느끼는 고통 또한 다 다를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 돌봄에 대한 접근도 장애인 개인의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열려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방한 장애인 부모에게 강복을 준 뒤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위로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원로사목자 주수욱 신부가 함께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