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가 오는 6, 7월경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알렉산드르 아브디예프 주교황청 러시아 대사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두 교회 수장의 두 번째 회동을 준비 중”이라며 “장소는 미정이지만 시기는 6, 7월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은 지난 2016년 2월 12일 쿠바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서 역사적 만남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1054년 상호 파문하면서 갈라선 이른바 ‘교회 대분열’ 이후 가톨릭과 러시아 정교회 수장 간의 첫 만남이라 ‘1000년 만의 상봉’이라고 불렸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인간적 나약함과 죄로 인해 갈라져 사는 잘못에 대해 주님께 용서를 청하고, 박해받는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정교회를 실질적으로 대표한다. 또 가톨릭과 러시아 정교회가 오랜 세월 접촉 한 번 없이 서로 불신하며 살아왔다는 점에서 두 정상의 재상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두 번째 회동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종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방정교회의 영적 지도자는 여전히 콘스탄티노플(현 터키 이스탄불)의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다. 그는 동방정교회의 여러 자치 교회를 아우르기 때문에 ‘세계 총대주교’라고 불린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이 15세기에 이슬람에 함락된 후 정교회 중심축은 사실상 모스크바로 이동한 상태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신자 수만 하더라도 전 세계 정교회 신자 3억 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교황은 정교회와의 형제애 회복과 일치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지난해 12월 키프로스ㆍ그리스 사목 순방 때 그리스 정교회 지도자를 만나 가톨릭도 분열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해 이목을 끌었다. 로마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모스크바로 날아가 격식 없이 형제(키릴 총대주교)와 대화하고 싶다. 우리 형제는 어머니가 한 분(어머니이신 교회)이다. 형제끼리 마주 앉아 옥신각신하더라도 그건 아름다운 일”이라며 재상봉을 고대했다.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교구청의 힐라리온 대주교는 최근 교황을 예방하고 나와 “두 지도자의 만남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장소와 날짜와 관련된 몇 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분석했다”며 재상봉 준비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