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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교황, 사도좌 권한 일부 지역교회로… ‘건실한 분권’ 속속 실행

참 빛 사랑 2022. 2. 25. 17:39

교회법 개정해 지역 교회 주교·주교회의·수도회 장상 등에 권한 부분 이양, 주교단의 단체성과 사목적 책임 강화

▲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주교 시노드 50주년 기념식에서 사도좌에 집중된 권한 일부를 지역교회 직권자들에게 이양하는 ‘건실한 분권화’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도좌에 유보된 권한을 지역 교회 직권자들에게 넘기는 ‘건실한 분권’을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교황은 최근 교회법을 개정해 사도좌에 속한 권한 일부를 지역 교회 주교와 주교회의, 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 동방 가톨릭교회 주교 등에 이양했다. 아울러 15일 자의교서 「일부 역량의 위임」(Assegnare alcune competenze)을 통해 이 사실을 공표했다.

교황이 위임한 권한은 △교구 간 신학교 통합과 설립 △사제양성 지침서 발간 △교리서 발행 △미사 책무 감축 △성직자 입적 △동정녀회 설립 △수도회 종신서원자의 봉쇄 해제 허가 등이다.

그동안 이런 사목적 사안은 교회법상 사전에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교황은 이번에 승인을 ‘추인(인준)’으로 바꿨다. 승인은 상위기관(교황청)이 하위기관 행위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검토한 뒤 집행을 허락하는 것이다. 반면 추인은 상위기관이 단순히 약식 재가하는 것으로, 하위기관에 더 큰 권한이 있다. 이는 탈중앙화로 가는 실질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교황은 자의교서에서 “주교와 장상들이 지역 교회와 공동체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권한을 넘기는 것”이라며 “법 개정으로 주교단의 단체성과 사목적 책임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의교서 제목을 교황청 공식 전례어인 라틴어 대신 이탈리아어로 표기한 데서도 탈중앙화 의지가 드러난다. 앞서 교황은 사도좌에 유보돼 있던 라틴어 전례서 번역, 출판 권한을 2017년 지역 주교회의에 위임한 바 있다.

‘건실한 분권’(healthy decentralization)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통치 행위의 열쇳말이다. 2013년 즉위 직후 발표한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지나친 중앙 집권은 교회의 생활과 그 선교 활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32항)며 권한 분산을 시사했다.

교황은 2015년에도 “지역들 안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식별하는 데에 교황이 지역 주교들을 대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건전한 지역 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주교들과 권한을 나누는 것도 시노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예수님은 사도단을 으뜸으로 하여 교회를 세우셨고, 베드로 사도는 그 사도단의 바위입니다. 그러나 거꾸로 세운 피라미드에서처럼 교회 안에서 으뜸(베드로의 후계자 교황)은 기초 아래에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을 실행하는 첫 단계는 아래에 있는 조직들과 연결돼 있고, 보통 사람들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친교의 조직들을 통해 지역 교회 안에서 실현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특별히 주교회의 안에서 드러납니다.”(2015년 10월 17일 시노드 50주년 연설)

그렇다고 교황이 독자적으로 권한 이양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교황의 자문기구라 할 수 있는 추기경 평회의(C9)는 교황청이 지역 교회에 더 잘 봉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교황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는데, ‘건실한 분권’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교황은 올해 5월쯤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가제) 초안에서 “교황청이 주교들의 사명과 친교를 돕는 일은 관리 감독의 태도 또는 상급자로서 결정을 내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교황은 14일 교황청 핵심 부서인 신앙교리성의 구조와 임무를 부분 개편했다. 차관 한 명이 담당해온 교의부와 규율부에 각기 따로 차관을 배치했다. 부서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현대 사회의 도전들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