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노력에도 사태 해결 돌파구 못 찾아… 당사국 정치 지도자들 향해 진지한 대화와 협상 촉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거듭 호소했다.
교황은 13일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과 삼종기도를 바친 후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매우 걱정스럽다. 성모 마리아의 중재와 정치 지도자들의 양심에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맡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교황은 9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전쟁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당사국들을 향해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촉구했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1월 26일)을 제안하고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를 요청한 바 있다.
교황의 거듭된 호소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는 15일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은 12일 62분 동안 전화 담판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과거 소비에트연방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붙는 것을 좌시할 수 없기에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오랜 세월 러시아로부터 위협과 핍박을 받아온 우크라이나는 이 기회에 러시아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는 지정학적 요인 외에 식량과 천연자원 확보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종교 지형도 그에 못지 않게 복잡하다. 우크라이나 동부는 친러시아, 서부는 친서방으로 나뉜다. 이 같은 분리의 밑바탕에는 종교적 차이와 갈등도 있다.
러시아는 본래 현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에서 태동한 국가다. 키예프는 ‘모든 러시아 도시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키예프 공국은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이 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종교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15세기 무렵 모스크바 공국이 정치적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정교 신앙의 중심도 모스크바로 옮겨갔다. 모스크바는 1453년 ‘제2의 로마’ 콘스탄티노플(현 터키 이스탄불)이 이슬람 오스만 제국에 함락되자 ‘제3의 로마’를 자처하고 나섰다.
키예프에는 16세기 폴란드 지배를 받을 때 가톨릭이 전파됐다. 이때부터 서부 지역의 정교회와 가톨릭교회 사이에 갈등이 생겨났다. 양측은 잦은 갈등 끝에 결국 ‘그리스 동방 가톨릭교회’라고 불리는 우니아트 교회(Uniate Church)를 만들었다. 우니아트 교회는 로마 사도좌와 일치하지만 전례는 정교회 예식을 따른다. 동부의 정교회는 여전히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권에 있다.
그리스 동방 가톨릭교회 수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최근 폴란드 주교회의 의장과 함께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전쟁은 언제나 인류의 실패”라며 적대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주 우크라이나 교황대사 비스발다스 쿨보카스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대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늘 전쟁이 있었다”며 “이 모든 시련에도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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