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앞에 마련된 바구니에 한 해 동안 걸어둔 성지가지를 넣습니다. 잊지 않고 챙겨주는 전례지기 수녀님이 고맙습니다. 누렇게 말라버린 이 가지들은 곧 한 줌 재가 되어 재의 수요일 아침 우리들 이마에 오르겠지요.
교회 전례는 아름답고 은혜롭습니다. 그 절정은 예수 부활 대축일이지요. 부활을 향한 40일의 여정이 곧 시작됩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예수님의 광야에서의 40일간 단식기도, 노아의 홍수기간, 모세가 십계를 받기 전 단식기간,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방랑기간, 호렙 산에서 엘리야가 기도하던 기간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하지요.
교회는 단식과 금육을 지키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기도, 미사 참여 그리고, 사랑의 나눔 등을 실천하도록 권고합니다.
이 시간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생각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수난하시는 예수님을 따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믿음을 선물로 받아 신앙생활을 하지만 때론 우리 마음을 두드리는 예수님을 문밖에 세워두기도 하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저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괜찮다고, 다들 그런다고 하는 유혹도 만만치 않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나' 한 사람이 돌아오기까지 어떤 고통에도 십자가를 내려놓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사랑은 삶의 끝이 고통이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요 부활이라고 보여주십니다.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겨운 순간이 옵니다. 그때마다 수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힘을 얻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영원한 사랑의 장미 초를 준비했습니다.
예수님의 영원한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 사랑에 대한 응답이겠지요. 십자가에 달린 주님을 자주 바라보고 어디서든 당당하게 십자성호를 그으며 사랑받는 그분의 아들이요 딸임을 기억하는 은총의 날들이길 기도합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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