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교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세속화가 진행돼 신자 수가 줄어 ‘교회의 맏딸’ 역할을 해내지 못하던 프랑스에서 신규 영세자수가 늘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세금 문제로 종교를 여전히 떠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프랑스 주교회의에 따르면 지난 주님 부활 대축일(4월 20일)에 세례받은 이들은 1만 8000명가량이다. 이 중 성인은 1만 384명으로 지난해 부활 대축일 대비 45% 늘었다. 프랑스 교회는 지난 20년 중 가장 많은 영세자 수라고 밝혔다. 10년 전인 2015년의 3900명과 비교하면 160% 늘었다. 또 지난해 성령 강림 대축일에 견진성사를 받은 이는 9000명인데, 이 또한 2022년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특히 젊은층 위주로 신자 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비신자 가운데 18~25세 연령층이 42%를 차지했다. 그간 예비신자가 많았던 26~40세 비중을 넘는 수치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예비 신학생 수도 2년 연속 33% 증가했다. 리옹대교구장 올리비에 드 제르메 대주교는 “예비신자의 유입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것을 목격했다”며 “이제 교회 공동체는 우리가 이들이 세례를 받은 후에도 그리스도의 제자로 이끌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신자 증가를 체감한 곳도 있다. 릴 교구 내 한 본당 사목자인 브누아 드 시네티 신부는 “미사 최대 참여자 수를 매주 경신하고 있다”며 “처음 오는 젊은 예비신자들의 유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독일에서는 최근 그리스도인의 숫자가 줄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매체 더 타임스는 독일 종교인구 통계를 인용해 총 인구 8300만 명 중 3900만 명이 무종교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한 그리스도인 숫자는 약 3800만 명인데 이를 넘은 것이다. 무종교 인구가 그리스도인 숫자를 넘은 것은 독일 역사상 처음이다. 더불어 최근 5년 동안 약 550만 명이 그리스도교를 이탈했고 약 680만 명이 종교 자체를 떠났다고 밝혔다.
독일은 1990년 통일 당시 무종교 비중이 22%였는데 현재는 47%로 절반에 육박한다. 독일의 종교 이탈 원인으로 교회 성추문에 따른 신뢰도 하락, 고령화 등이 꼽힌다.
특히 종교세(稅)가 큰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독일 교회에 등록된 신자는 8~9%의 세금을 따로 납부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재산세나 양도소득세에도 종교세가 부과된다. 독일에서 여전히 ‘십일조’ 성격의 종교세를 내는 것은 역사와 무관치 않다. 1803년 신성로마제국이 프랑스와의 전쟁 자금을 충당하고자 교회 재산을 몰수했는데, 국가가 세금을 걷어 교회 재산을 보전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교회세를 걷어왔다. 그러나 현재 독일 교회에서는 미사나 예배에 참여하는 이들의 숫자가 모든 종교에서 10% 미만인데, 신자들은 이같은 처사가 불합리하다며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독일 교회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독일 매체 DW에 따르면 이색 예배와 미사가 생겨나고 있다. 한 교회는 성전을 ‘해리포터’ 연회장처럼 꾸몄다. 어떤 교회는 젊은 세대 유입을 늘리고자 영화 ‘스타워즈’ 콘셉트로 목사는 광선검을 들고, 일부 신자는 다스베이더 가면을 쓴 채 예배에 참여한다. 600년 된 한 교회에서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이 연주되기도 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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