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 와서 우리 교구에 비정규 노동자는 없는지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연대해 ‘꿀잠’을 만들었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옥현진 대주교)
“노동자 중에서도 더 힘든 비정규 노동자들이 큰 힘을 얻고 편안히 쉴 수 있으며, 투쟁뿐 아니라 여러 의미 있는 연대와 활동을 통해 서로 돕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함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기적 같고 아름답습니다.”(김선태 주교)
주교단이 사목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주교 현장 체험’이 4월 29일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이사장 조현철 신부)에서 열렸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주교)가 마련한 현장 체험으로 김선태 주교를 비롯해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가 참여했다. 노동사목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사제와 수도자들도 함께했다.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에 위치한 사단법인 ‘꿀잠’은 저임금과 불안한 고용 형태로 고통받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다. 2017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 없이 문을 연 꿀잠은 비정규직·해고 노동자·사회활동가·농성 중인 노동자·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들을 지원한다. 최대 25명 숙식이 가능한 숙소를 비롯해 빨래방과 식당·샤워실·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치과 진료를 비롯해 전시·공연·교육·심리상담 등 다양한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꿀잠은 한때 서울 신길동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처했으나, 2027년 재개발 지역 내로 이전하기로 했다. 신길2구역 재개발조합은 꿀잠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존치에 준하는’ 이전을 제안했고, 꿀잠은 이에 합의했다.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들을 소개하며 “위험한 일부터 외주화되다 보니 많은 청년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며 “최근 밝혀진 것처럼 간이 녹아내리는 병을 얻은 고3 실습생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인 게 말이 안 된다”면서 “모두가 평등하게 인간 존엄을 갖고 존중받는 노동자로 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꿀잠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교들은 꿀잠의 설립 배경과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쉼터를 비롯한 생활공간과 치과 진료 공간 및 사무공간을 둘러봤다.
서상범 주교는 간담회에서 “우리에게 가난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 곁에 있으라고 당부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을 새로 다지는 계기가 됐다”며 “모두가 꿀잠 자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고 밝혔다. 후원 계좌 : 1006-701-442424, 우리은행, 예금주 사단법인 꿀잠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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