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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행복 가득한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어느새 10년

참 빛 사랑 2025. 3. 10. 16:14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다올’(옛 솔봉이) 학생들이 3월 2일 열린 10주년 기념 미사 후 행사에서 자유롭게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고1~54세 학생 50여 명 신앙 못자리, 교사·봉사자 끈끈한 가족애로 헌신

“남대현 안드레아” “네!”

“권민지 안젤라” “네!”

강론에 앞서 주례 사제가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자 우렁찬 목소리가 성전을 메웠다.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하고, 두세 번 대답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주님 앞에서 보인 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모두가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덕분에 부모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미사에 임했다.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주임 남상만 신부)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다올’의 미사 모습이다. 대방동본당 다올은 ‘솔봉이’란 이름으로 2015년 3월 설립,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고교 1학년부터 54세까지 현재 50여 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고, 교사 10명·봉사자 15명이 동반하고 있다. 솔봉이는 10주년을 맞아 ‘하는 일마다 하느님의 축복이 온다’는 뜻의 ‘다올’로 이름을 바꾸고 2일 소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거행했다.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다올'(옛 솔봉이) 학생들이 3월 2일 열린 10주년 기념 미사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대방동 솔봉이를 설립해 한국 교회 최초로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미사를 개설한 주수욱(성사전담사제) 신부는 10주년 미사에 함께해 “솔봉이 첫 미사 때 아이들이 제대 위에 올라와 미사 내내 뛰어다니고 소리도 질렀는데, 전혀 시끄럽지 않고 마치 천사들의 노래와 춤처럼 느껴졌다”며 “죄를 모르고 살아가는 솔봉이들은 어두운 우리 사회를 비추는 빛과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이어 “생미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강론 시간에 모두의 이름을 부른 게 신부가 바뀌어도 이어져오고 있다”며 “끈끈한 가족 공동체가 된 걸 느낀다”고 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10년 근속봉사자·교사상 등 대방동 솔봉이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상패와 선물이 전달됐다. 그간의 모습을 담은 따뜻한 영상도 상영됐다.

10년 근속봉사자상을 받은 안영순(엘리사벳)씨는 “저를 보고 달려와 안기는 이 친구들과 함께했고, 1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상을 받은 이덕례(소피아)씨도 “정말 순수하고 사랑이 넘치는 친구들”이라며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이 미사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분명 행복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다올'(옛 솔봉이) 학생들이 3월 2일 열린 10주년 기념 미사에서 율동 찬양을 하고 있다.

미사 분위기는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가 떠나지 않을 정도로 늘 화기애애하다. 복사부터 독서·성가대·율동 등 모든 역할에 발달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실수도 하고 다소 어설퍼도, 신앙을 향한 순수한 열정만큼은 어느 장엄 미사 못지않다. 이런 이유로 다른 교구와 지구에서도 먼 길 마다 않고 대방동성당을 찾기도 한다.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다올'(옛 솔봉이) 학생들이 3월 2일 열린 10주년 기념 미사에서 새 단체 이름 '다올'을 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는 10년간 교사와 봉사자들의 열정이 뒤따른 결과다. 이들은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리수업부터 성모님께 편지쓰기, 부활 달걀 만들기 등 전례력에 맞는 신앙활동과 나들이·캠프 등으로 자연스레 신앙과 가깝게 살도록 이끌고 있다.

초창기부터 함께한 이강숙(루시아) 교사는 “부모로부터 신앙교육을 받긴 하지만, 성당에 와서 교사·친구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배우는 신앙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을 준다”며 “그만큼 옆에서 함께해주는 봉사자의 존재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발달장애인 주일학교 '다올'(옛 솔봉이)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3월 2일 열린 10주년 기념 미사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홍숙희(유스티나)씨는 “미사의 모든 부분을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기에 아이도 여기 오면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걸 안다”면서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고, 성당 가는 날을 기다릴 정도”라고 했다.

홍씨의 딸 송예은(마리아)씨는 세상 가장 순수한 미소로 주저 없이 말했다. “신부님, 선생님, 저희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