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3월, 내게는 두 건의 즐거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평소 이주민센터를 찾는 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안고 방문하지만, 이번엔 기쁨을 나눌 혼인성사여서 마음이 설렌다. 주인공은 베트남과 필리핀 출신 두 쌍의 부부로, 모두 이주민 사목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이다.
첫 번째 혼인성사의 주인공은 베트남 부부다. 이들은 뇌병변 장애로 태어나 생사를 넘나들다 이제 갓 돌을 넘긴 아이 ‘팜충키엔’의 부모다. 가톨릭평화신문 성금 덕에 희망 속에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이제 이들은 하느님 앞에서 부부로서 서약한다. 처음엔 단순한 결혼식 초대인 줄 알았으나, 뜻밖에 미사 주례를 부탁받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에 함께해주셨으니, 이 행복한 순간에도 함께해주셨으면 해요.” 이 초대의 말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동행’(accompaniment)과 ‘동반’(companionship)이란 단어로 내 가슴에 새겨졌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와 함께 거니셨고,(창세 3,8) 이집트 탈출 때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하셨다.(탈출 12-13) 예수님께서는 임마누엘(마태 1,23)로 우리와 함께하시며,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 동행하심으로써(루카 24,13-35) 교회 사명을 명확히 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강조하시는 시노드 정신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 감동적 여정은 내게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베트남어로 미사를 봉헌하곤 있지만, 여전히 어설프다. 겨우 익힌 몇 마디로 미사를 주례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특별한 날을 맞는 부부의 혼인을 바보스러운 베트남어로 코미디로 만들 순 없지 않은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부부가 설레는 만큼 내 마음도 긴장하고 있다.
이후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필리핀 부부의 혼인성사는 필리핀어로 봉헌해야 한다. 고국에서 온 가족과 친지들이 참석하는 만큼 영어보다 모국어로 진행되길 희망했다. 다행히 필리핀에서 생활한 덕에 타갈로그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쉽진 않다. 부족한 언어에도 나를 신뢰하며 주례를 부탁한 두 부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과정이 힘들면서도 기쁜 이유는 함께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곧 교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부족함을 넘어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함께하는 것이기에 기꺼이 이 여정을 받아들인다. 두 부부의 새 출발에 하느님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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