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심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해 선정이 어렵지 않았다. 가작 최태영 안테로님의 ‘비로소’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폭력의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글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들과의 관계를 거절해왔던 아픔을 겪으면서 하느님과 성당 안에서 새로운 회복을 찾는 이야기이기에 가작으로 선정했다. 김정화 체칠리아 님의 ‘야훼이레’는 발달장애 아이와 함께한 날들에 관한 기록이다. “기다림, 느림, 울림”이 바로 기도 자체가 되는 이 여정에서 손 잡고 걷는 아이와 엄마의 동행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넘어 자기 안에서 아이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데까지 나아간 응모자의 용기에 많은 이들이 감동하리라 생각한다.
가톨릭학원상으로 선정된 최남옥 데레사님의 ‘치유의 은총에 감사드립니다’는 다섯 개의 암과 싸웠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병을 알게 될 때마다 들었을 암담한 절망에 공감했고 다시 병에 이기기 위해 일어섰을 때 주님이 함께하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통과 불행에 대한 하느님의 신비는 인간이 영영 풀 수 없을 것이나 이런 육체적 어려움에서 빠져나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신비는 사랑의 영역 안에 있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영종 스테파노 님의 ‘딱딱딱... 딱딱딱’은 시각장애인분의 외출을 돕는 자원봉사 경험담이다. 이 글이 무엇보다 힘을 갖는 건 읽는 이들에게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이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행동하지 않는 선보다 일상의 작은 틈을 내어 실천하는 사랑의 위대함에 대해 아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보호에서 더 나아가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을 주체적으로 찾아내는 신앙 생활의 소중함. 이 글은 그것의 중요성을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 이야기해준다.
대상으로 선정된 김은정 가타리나님의 ‘하느님의 일은 어떻게 하나’는 첫 문장부터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안겨준다.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모은 ‘헌옷과 헌 신발들’이 ‘선물’로서 기능하지 못하며 발생하는 당혹감, 갈등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돕는 일’의 의미를 확장시켜 깨닫는 과정과 더불어 이 이야기를 더 힘 있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파키스탄인 낫시르 씨와의 우정이다. 개인 단위, 더 크게는 국가 단위에서 나와 타인을 편 가르며 적대하는 요즘, 이 우정은 참 귀하게 느껴졌다. 타국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기 물건을 내놓은 한국인들도 그 우정의 참여자일 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 18)는 하느님의 말씀은 종종 의무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타인과 사랑을 나눌 기회를 알려주시는 ‘은총’으로의 초대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런 하느님의 은총이 신자분들을 통해 좋은 글로 기록되기를 빌며 수상자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하느님과의 소중한 동행을 적어 보내주신 모든 응모자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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