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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새벽 5시.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홀로 주방에서 호떡을 굽는다. 토요일 저녁 8시부터 밀가루와 옥수수가루, 감자녹말과 우유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든다. 밤새 2시간마다 뒤집어 숙성시킨 반죽에 팥 앙금을 넣어 굽는다. 호떡 기계까지 스스로 장만했다. 노릇노릇한 호떡이 150개가량 쌓이면 교중 미사 시간이 다가온다. 호떡의 온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전기밥솥에 넣어두었다가 미사 후에 신자들에게 따뜻한 호떡을 대접한다. 한 달 호떡 재룟값만 30만 원이다.
수원교구 양성본당 시설분과장 이일구(프란치스코, 69)씨의 주일 일상이다. 2023년 7월부터 호두과자와 호떡을 구워 주일마다 신자들에게 대접했다. 여름에는 호두과자, 겨울에는 호떡을 굽는다. 호두과자와 호떡 굽는 법은 유튜브 속 장인들에게 배웠다. 미사 후 어르신 신자들이 담소를 나누며 호떡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처음에는 맛에 착오(?)가 있어서 신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해 주셨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재료 배합과 굽는 방법도 바꿔봤거든요. 맛있게 먹어주시는 신자들에게 감사할 뿐이죠.”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지만 호떡을 굽게 된 계기는 있었다. 본당 주임 장동주 신부가 사목 목표인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성당’을 만들기 위해 사목회에 아이디어를 구했고, 본당 시설분과장인 이씨가 호떡과 호두과자를 만들어보겠다고 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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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하다 보면 멈출 수 없는 게 봉사”라면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하다가 말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살아보니 돕고 살면 기쁘고, 또 이 봉사를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을 보면 중학생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재활용업 공장을 운영하는 이씨는 5년째 시설분과장이다. 성당을 집처럼 드나들며 전기시설과 하수시설을 정비한다. 본당의 소나무 가지치기도 어깨 너머로 배워 직접 했다. 본당 재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트럭을 몰고 신자 가정을 방문해 종이와 고철·병을 수거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은 돈 500만 원을 본당에 기부하기도 했다. 경기도 양성으로 이사 오기 전 서울에서는 폐지 줍는 할머니 6명에게 10년 동안 쌀 20㎏씩을 지원해 구청에서 봉사상도 받았다. 그의 꾸준한 나눔 정신이 이제 호떡과 호두과자에 스며들었다.
“폐지 주우며 생활하는 할머니들은 쌀을 살 돈이 없으시더라고요. 한 할머니가 폐지를 팔고 돌아가는 길에 국수를 사가는 걸 보고 그 길로 따라가 국수를 빼앗고, 쌀을 사드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런 할머니들이 많더라고요.”
이씨는 이제 손색없는 호떡 맛을 더 많은 이에게 전하고자 준비 중이다. 인근 사회복지시설에 방문해 그곳 어르신들에게 맛보일 봉사 계획을 꾸리고 있다.
장동주 신부는 “농촌에 사는 어르신 신자들은 미사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셨는데, 이제는 호떡과 호두과자를 드시면서 성당에 더 머물러 함께 이야기 나누고 친교를 다지며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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