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쌍둥이 태아의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오둥이 아빠 김준영씨와 엄마 사공혜란씨가 5와 하트 모양 풍선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최근 ‘오둥이’가 태어나 화제다. 국내에서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를 분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준영·사공혜란씨 부부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분만했다. 엄마는 교육 행정직, 아빠는 고교 교사로, 지난해 10월 결혼한 30대 초반 새내기 부부다. 엄마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정확한 배란을 유도하는 치료를 받고 바로 자연임신이 됐다.
하지만 곧 쌍둥이로 확인됐다. 둘도 아닌 다섯이었다. 오둥이란 소식에 걱정이 앞섰지만, 부모는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했다. 하지만 작은 체구의 엄마가 다섯을 모두 뱃속에 품기엔 버거웠다. 출산 예정일은 12월이었지만, 9월에 이미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 더구나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이 진단됐다. 예정보다 빠른 출산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동했다. 의료진은 27주차에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홍수빈·소아청소년과 윤영아·신정민 교수팀은 9월 20일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했다. 병원으로서도 개원 후 처음 있는 다섯 쌍둥이 분만이었다. 제왕절개 수술은 각 태아의 위치와 상태를 고려하고, 태아의 건강 상태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산부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허재원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세연 교수, 분만실 전담간호사 등 다학제 의료진이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웠다.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분만실 간호사 등 3명의 의료진이 한 팀을 이뤄 대응했다. 같은 시간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팀은 분만실 바로 옆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적혀 있는 신생아 발찌와 신생아 기록지·인큐베이터까지 모두 5개씩 아기들을 맞이할 채비를 했다.
이날 오전 첫 번째 남아를 시작으로 다섯 번째 아기까지 남아 3명과 여아 2명이 차례로 세상 밖으로 나왔고, 모두 안전하게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오둥이 아빠 김준영씨는 “지인들에게도 다섯 쌍둥이를 최근에야 알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출산일이 결정되면서 분만 수술과 함께 다섯 아이가 입원할 병실이 없을까 봐 걱정이 컸다”면서도 “저희 집안에 갑자기 한 반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오둥이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산부인과 홍수빈 교수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 고위험 산모의 분만이라 걱정도 됐지만, 여러 의료진이 힘을 모아 준 덕에 산모가 계획대로 출산해 기쁘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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