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여론사람들

특별기고 - (5) 성전 건립 유감(有感)

참 빛 사랑 2024. 10. 10. 18:07
 
대전교구 유구성당. 정필국 신부 제공


<기금 마련..>

그런 일을 한 본당에서 토요 특전 미사부터 주일 저녁 미사까지 계속 반복한다. 우리 성전 건립에 큰 도움을 베풀어주기에 고해성사, 미사도 주임 신부님과 분담한다. 우리 본당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도움을 청하는 다분히 불쌍(?)한 내용의 강론을 1박 2일 동안 계속 반복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다. 물론 기금을 마련하는 일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열심히 하지만 생각해 보면 못할 짓(?)이다. 마치 찔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찔리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어떤 때는 2주~3주 혹은 한 달 동안 계속하기도 하고 1주씩 건너뛰기도 한다. 일정을 우리 마음대로가 아니라 해당 본당의 사정에 따른다.

토요일 밤에 교우들은 찜질방에서 잠을 잔다. 하지만 찜질방이란 데가 시끄럽고 후덥지근한 곳이다 보니 거의 뚠 눈으로 밤을 새고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주일 새벽 미사부터 저녁 미사까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한다. 큰 본당은 미사가 주일에만 7~8대가 있는 곳도 있다. 어린이나 중고등부 미사가 성인과 겹칠 때에는 어린이, 중고등부에 맞게 강론을 짧게 줄여서 꼭 해야 될 부분만 추려서 마친다. 나는 대부분의 본당에 빈방이 있어서 하룻밤을 재워주지만, 여건이 안되는 본당에서는 모텔을 잡아주거나 내가 가서 자고 온다. 출장 가서 본당 신부님을 만나고 다음날 올 때에는 형제들 집이나 아는 신부 사제관에서 신세를 질 때도 있지만 두 번 이상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찜질방 신세도 많이 졌다.

식사는 해당 본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우리끼리 해결하지만, 많은 본당에서 주일 점심을 거의 해결해 준다. 토요일 저녁과 주일 점심, 저녁은 가능한 제대로 먹으려고 하지만, 주일 아침 식사는 시간도 어중간하고, 문 연 식당도 거의 없어서 대부분 김밥과 컵라면으로 때운다. 그런데 컵라면은 워낙 냄새가 심해서 실내에서 먹기가 어려울 때에는 길거리 보도블록 위에서 먹을 때도 있었다. 어찌 보면 참 처량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먹을 때보다 더 맛있다. 재미도 있고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렇게 1박 2일을 미사, 고해성사, 강론과 인견 이불 판매를 끝내면 남은 이불과 짐을 다시 트럭에 싣고 짐정리를 다 마치면 성모상 앞에서 마침 기도를 드리고 본당 신부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신부님께 강복을 청해 받고 나서 함께 인증샷을 찍고 지친 몸을 차에 싣는다. 운전할 형제들은 가능한 오후 비는 시간에 잠을 자도록 한다. 되돌아보면 7~8년 동안 기금마련 운행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기묘했다. 우연만은 아닌, 보살피심과 은혜라고 확신한다. 본당에 도착하면 대체로 밤 12시가 넘을 때가 많다. 성모상 앞에 감사기도를 드리고 ‘고생했다’며 서로 격려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대전교구 유구성당. 정필국 신부 제공


그렇게 1박 2일을 객지 성당에 가서 기금마련 활동(앵벌이?)에 참여하는 인원을 충당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초반에는 기금 마련하는 보람과 다른 큰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하고 성당과 서울을 구경하는 맛도 있어 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농사철이나 추수 때나 벌초 시기 등... 바쁠 때는 사람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가본 사람들은 기쁨과 보람을 느껴 다음에 또 참여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핵심 열성분자(?) 군대 말로 ‘말뚝’이 생겨났다. 이 사람들은 거의 매번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토요일 오후에 출발할 때도 일을 부랴부랴 마치고 달려와서 공지사항과 기도를 마치고 출발하고, 1박 2일 녹록치 않은 일정을 마치고 내려오면 몇 시간 잠도 못 자고 또 다음날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다. 또 그중에는 팔순이 되는 분도 계셨는데 나이도 많지만 일도 누구보다 잘하고 힘도 좋았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다. 또 한 사람은 뇌졸중으로 고생해서 몸도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할 일도 많은데 본당 신부가 운전하시게 할 수는 없다’면서 추우나 더우나 자기가 꼭 운전을 하는 형제도 있었다. 그리고 운전할 때 졸지 않기 위해서 어떤 때는 저녁 식사도 거르기까지 했다. 그리고 성모회 네 간부들은 여자의 몸으로 참으로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보니 하는 일도 숙달되어 잘 할 뿐만 아니라 호흡도 잘 맞고 손발이 척척 맞아 일도 순조롭게 빨리 처리했다.

결과가 좋을 때는 좋아서 울고, 시원찮을 때에는 기운이 빠져서 축 처진 어깨에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생스럽지만, 그래도 기금이 점점 늘어나니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 힘들고 바쁜 중에도 열심히 근근이 이어나갔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 이루어지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광풍이 몰아치면서 잘나가던 기금마련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 실의에 빠져 깊은 한숨에 땅이 꺼질 정도였지만... 우리만 겪는 일도 아니기에 다시 생업에 열중하며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나기만을 애태우며 고대했다.

서울 강남의 어느 큰 본당에서 처음 ‘1억’을 넘겼을 때는 모두가 ‘억! 억!’소리를 내며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돌아보면 113개 본당에서 기금마련을 했는데, 그것은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 본당을 뚫기(?? 기금마련 허락을 받은 것을 그렇게 표현한다..) 위해서 내가 방문한 본당은 300개는 족히 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대단하다.. 한 본당 갈 때마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갔다 와서 한 주일 쉬게 되면 휴식의 달콤함을 절감했다가, 또다시 가게 되면 정말이지 ‘또 가야하나..’싶은 생각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막상 가서는 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나만의 힘이나 의지만은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교우들을 위해서 (내 부모 같은 가난하고 노쇠한 신자들을 위해서) 기필코 아름답고 튼튼한 성전을 꼭 지어주고 싶었기에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즐거움과 보람도 컸다... 돌아보면 주님께서 나에게 힘을 주시고 성령으로 감싸주시고, 천사들을 보내주시어 은인들의 마음을 열어주셨다. 어떤 어린아이는 ‘신부님의 성당을 짓는데 보태드리려고’그 기가 막힌 저금통을 털어서 건네준 경우도 있었고, 어떤 분은 금가락지를 손수건에 곱게 싸서 봉헌해 주신 분도 있었다. 신립금을 봉헌해주신 분, 이불을 여러 채 사주신 분... 타본당이면서도 그 본당에 미사 참석하러 왔다가 성전 건립에 작으나마 봉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데 감사하는 신자 등.. 여러 가지 모습의 천사들과 아름다운 손길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성전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성전 건립에 내가 그토록 꺾이지 않는 열정으로 뚝심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인간적인 원동력은 돌아가신 어머니였다. 그토록 선전건립과 기금마련에 열성적일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께 못다 한 불효를 기워 갚고, 못다 한 효도를 바친다는 나름대로의 간절한 효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이 성전을 정말 아름답게 지어서 어머니께 바치고 싶은 충정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던 것이다.

대전교구 정필국 베드로 신부

 

<기금 마련 협조 공문>

 

“소통과 친교를 이루는 교구 공동체”
천주교 대전교구 유구성당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3) - 성전 건립의 해 -

 

수 신 주임신부님
(참 조) 사목회장, 사회복지분과장, 구역분과장, 성모회장(여성분과장), 사무실

 

제 목 : 유구본당 설립 50주년 성전 재건축 기금마련을 위한 호소

 

†“Amor Vincit omnia(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냅니다)”

 

존경하올 신부님,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코로나 사태로 온 세상이 난리 통 입니다. 미사의 은총과 기쁨을 누릴 수 없는, 그야말로 광야의 삭막함을 느끼는 출구를 알 수 없는 사순절입니다. 혹시라도 교우들 중에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은 없으신지요?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하루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 사태가 근본적으로 퇴치, 해결되고, 정상적으로 미사가 봉헌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그간 오랜 시간 뜸들이고 준비한 끝에 드디어 성전 건축의 첫 삽을 뜨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뜸들이고, 기도하고 정성을 쏟아 준비해왔는지 가슴이 벅찹니다. 고딕식 성당을 예쁘게 잘 짓기 위해서 저는 20년 만에 해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다름 아닌 일본 고토와 나가사키에 소재한 성당들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하나같이 박해시대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오랜 시간 간절한 기도와 온갖 정성을 쏟아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거룩하고 따뜻한 성전을 이루었습니다. 일본과의 정치적 역사적 원한 관계는 차치하고 이 점에 있어서는 놀라움과 감동과 존경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희 성당도 그렇게 따뜻하고 포근하고 거룩한 느낌을 주는 성당을 이루려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큰 걱정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사까지 봉헌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기금마련을 허락해주신 성당도 내년으로 미루거나 시기를 후반기로 연기하는 사례가 많아져서 기금마련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애를 태우며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기를 오매불망 기도할 뿐입니다. 올해 안에 꼭 작지만 아름답고 거룩한, 무엇보다 튼튼한 성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로 성원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기금마련의 은혜로운 기회를 허락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 대로 저희의 기금마련 일정을 올해 안에 꼭 잡아주시기를 앙망합니다. 올해 제가 7년째 재임인데 올해는 꼭 성전건립을 완공해서 봉헌해야 합니다. 가난하고 노쇠한 교우들의 형편상 빚을 남겨서는 도저히 해결할 능력이 없는 처지인데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어서 무진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이런 어수선한 와중에 이런 청을 드리게 되어 대단히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무쪼록 코로나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고대하며, 하루빨리 거룩한 미사의 은총을 누리고 사순절의 은혜로운 여정을 충실히 걸어 흐벅진 부활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신부님과 본당 공동체의 안녕과 평안을 빕니다.

 

(추신) 코로나 사태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걱정으로 애태우다가 이 와중에 직접 찾아뵐 수도 없고 사무실에 연락하기도 죄송스러워서 부득이 초조한 마음으로 다급하게 글을 올리게 되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2020년 3월...

 

유구산골에서 정필국 베드로 신부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