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베난티(왼쪽) 신부가 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WYD 지식여정’에 참여해 젊은이들 앞에서 강연하고 있다.
베난티(앞 줄 가운데) 신부가 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WYD 지식여정’ 강연을 마치고 서울 WYD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뒷 줄 가운데) 주교와 봉사자, 교구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그것이 우리를 올바른 길로, 혹은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기술을 대하는 우리에게 ‘식별’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교황청의 인공지능(AI) 윤리 분야 최고 전문가 파올로 베난티(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 윤리신학 교수) 신부가 방한해 청년들과 만났다. 서울대교구가 3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하며 기획한 ‘WYD 지식여정’의 강연자로 나섰다.
베난티 신부는 ‘정보사회인가, 통제사회인가?’를 주제로 펼친 이날 강연에서 AI 기술 발전 속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술 윤리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적 산물은 권력의 이동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며 “(윤리적으로) 중립적 기술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술적 산물은 사회에 도입될 때마다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통해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질서에 변화가 오고, 결국 우리 삶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베난티 신부는 “AI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숫자들이 우리가 아는 인간의 가치와 같지 않다. 누군가는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가치 없는 존재로 취급될 수 있다”면서 “복음을 기준으로 한 ‘인간적 가치의 식별''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날 AI는 우리 스마트폰 안에 있으며, 클라우드를 통제하는 이들이 우리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우리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지’ 질문하고 복음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새로운 경계’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교회 공동체가 ''스스로 어떤 수단을 쓸지 판단할 수 있는 AI의 윤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베난티 신부는 “산업혁명 시대 기계는 단순히 물리적 노동만을 대체했지만 이제는 인간이 목표를 주면 기계 스스로 수단을 선택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을 쓸지, 이를 누가 결정하는지 판단하는 게 AI 윤리의 핵심으로, 우리는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교회로서 인간 가치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난티 신부는 “AI의 가장 큰 특징은 알고리즘을 통한 예측으로, 이는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에서 특정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우리가 이를 보게 되는 것처럼 특정 행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술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는 ‘통제’와 관련된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난티 신부는 “공공선의 측면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자주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혁신 자체는 단지 ‘어떤 일을 더 빠르게,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일뿐”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선을 위한 혁신, 즉 ‘발전’으로 지금의 혁신을 발전 원천으로 바꿔가는 것이 우리의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에 의한 통제와 간섭이 만연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덕에 이르기 위한, 우리 자신의 자유를 옹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인공지능은 우리 모두와 연관된 주제이기에 세계청년대회에서 다루기에도 적절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날 강연에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구요비·이경상·이성효 주교도 함께 자리했으며, 청년 100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베난티 신부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파이낸셜뉴스가 공동주최한 ‘AI월드 2024’에도 참석해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딥페이크 등 디지털 윤리 문제를 규제할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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