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여성상담소 이채하 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상담하다 보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했던 분들을 적잖게 만나게 됩니다. 대화를 해보면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내 주변에 아무도 없네’입니다. ‘이렇게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내 몸에 상처를 낼 정도로 힘든데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상담하면서 ‘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하면 그냥 주르륵 눈물을 흘립니다. 그만큼 외로움이 컸다는 거죠.”
복지부 지정 전문상담소
수원교구 가톨릭여성상담소 소장 이채하(안나) 소장은 ‘상담소를 찾는 분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하겠다’라는 말”이라고 했다. 가톨릭여성상담소는 신자와 비신자 모두 방문해 상담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기관이 됐다. 가톨릭여성상담소는 수원교구 생명위원회에 속하며, 이번에 정부로부터 지정된 경기도 지역 217개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 기관 중 종교단체가 설립한 곳으로는 유일하다. 경기도 안산에 본원을, 용인·광교에 분원을 두고 있다.
이 소장은 “지난 5월까지 자살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15년쯤 전부터 대한민국이 OECD 자살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 이후 계속 증가 추세입니다. 단순한 외로움이 아닌 홀로 세상에 맞서야 한다는 경험적 사고가 무기력감을 발생시키고 삶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죠. 사회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개인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고, 편리한 문명이 사회 전반에 반영되고 있지만, 정작 인간이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어떤 경로로 경험하게 되는가에 대한 숙고와 기반은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교회 공동체는 이런 상처에 훌륭한 치유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간은 다양한 긍정적 접촉을 통해 연결성과 관계성을 확보하고 존재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외적 경험은 인간의 적응적 생존 반응을 높이고 존재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런 측면에서 교회 공동체는 더욱 넓고 다양한 접촉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안전한 곳이며, 이러한 강점을 잘 살려낸다면 교회 공동체가 훌륭한 치유의 장이 될 것입니다.”
정교하고 세심하게
이 소장은 “가톨릭여성상담소가 마음이 불편한 분들의 안전처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고 밝혔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분들의 심리적 저변에는 사회와 단절로 인한 심한 고립감이 있습니다. 또 의외로 신앙 안에서 겪는 신자들의 정서적 고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히려 신앙 안에서만 해결하려다 보니 일반인들보다 더 힘겨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심리는 전문가가 아주 정교하게 돌봐야 합니다. 그냥 함께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전문성을 갖고 함께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저희가 그러한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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