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첫 이주민 활동가인 최지선·안혜정·김리엔(왼쪽부터 )씨가 베트남 성모자상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주민은 새로운 ‘이웃사촌’이라고 생각해요. 잘 교류하고 소통하며 어울려 살고 싶어요. 실은 저희도 언제든 이주민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예수님도 이주민이셨고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가 250만 명을 돌파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9%를 차지하는 시대. 서울대교구 각 본당과 이주민 가정을 잇는 가교가 될 ‘첫 이주민 활동가’들이 6월 29일 탄생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상혁 신부)가 한 달 간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 ‘이주민과의 동행’ 수료자 17명이다.
이날 서울 보문동 노동사목회관에서 이주사목위원장 유상혁 신부 주례로 수료 미사가 봉헌됐다. 5회에 걸친 교육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은 활동가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이주민을 환대·보호·증진·통합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이들은 소속 본당을 대표해 월 1회(기본 1년·최대 3년) 담당 이주민 가정을 방문, 공감·동행하는 벗이 돼줄 예정이다. 주 대상은 난민이나 제도적인 다문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한부모 가정 등이다. 활동가들은 본당 사회사목분과나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지원을 받아 노동·의료 상담 등 다양한 도움도 제공한다.
새 활동가 최지선(데레사, 성산동본당)씨는 노무 관련 일을 해서 산업 공단 등을 자주 찾는 까닭에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업무를 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을 가까이서 보고 들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마다 이들을 돕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실생활에서 지역주민과 이주민이 어울릴 수 있는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불러온다는 태도로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은퇴 후에도 이주민을 도우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도 전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교사인 안혜정(클라라, 신월동본당)씨는 “교실에서 나날이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보고 이주민 활동가가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어 등의 장벽으로 학업에 흥미를 잃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해 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다른 업무로 바쁜 데다 친구들도 무관심한 까닭에 이들은 방치된 채 게임에 중독되거나 등교 거부를 하기도 했다. 공부에 의욕이 있는 아이들도 한국인 학생 수준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해 한 학기 만에 자포자기하기 일쑤였다. 안씨는 “가톨릭 신자이자 교사로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돕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활동가 가운데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2명도 있었다. 8년 전 베트남 남부에서 한국으로 온 김리엔(안나, 신월1동본당)씨는 “정착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사랑과 도움을 받았고, 그 덕에 본당에서 성가대나 제대 봉사도 할 수 있었다”며 “이젠 제가 다른 이주민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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