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주교부·주교선별위원에 처음으로 여성 두 명 임명키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구 직권자인 주교를 선별하는 과정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황청 주교부에 여성 2명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은 6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바티칸시국 행정부에서 여성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제 처음으로 주교부와 주교선별위원회에 두 명의 여성이 임명될 것이다. 이렇게 (여성에게 기회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신도 가정생명부 △문화교육부 △바티칸도서관 등 특정 부서 책임자도 평신도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역할 확대
여성을 비롯한 평신도의 역할 확대와 위상 제고는 교황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교회구조 쇄신 작업 중 하나다. 교황은 지난 3월 이탈리아 여성센터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여성들이 권력을 지배의 논리에서 섬김의 논리로, 또 돌봄의 논리로 바꿀 수 있다면 체제는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고위 성직자들이 맡아왔던 교황청 내 몇몇 부서의 중책을 이미 여성에게 위임했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차관 프란체스카 디 지오반니, 최초의 여성 바티칸 박물관 관장 바르바라 야타, 교황청 공보실 부실장(부대변인) 크리스치아니 무레이 등이 교황이 임명한 여성 평신도다. 바티칸 시국 행정부 사무총장 라파엘라 페트리니와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장 나탈리 베카르는 여성 수도자다.
발 헛디뎌 무릎 골절 생겨
아울러 교황은 인터뷰에서 최근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원인은 발을 헛디뎌 무릎에 작은 금이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부에 알려진 증상은 ‘무릎 통증’ 정도였다.
교황은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무릎에 골절이 생겼다”며 “레이저와 자석요법 덕에 뼈가 붙으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무릎 수술을 받지 않은 이유는 “지난해 (결장) 수술을 받을 때 전신마취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암 발병으로 인한 사임설을 일축했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은 교황이 1년 전 게실염(憩室炎) 때문에 결장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때 암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게실은 장기의 벽 일부가 밖으로 불거져 나와 생긴 주머니 모양의 공간이다. 이 부위 염증은 고령자에게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교황은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그때 의사들이 암 얘기는 하지 않던데…”라며 웃었다. 교황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이처럼 구체적으로 외부에 드러낸 적은 거의 없다.
바티칸 안팎에서는 최근에도 사임설이 진지하게(?) 나돌았다. 거동이 불편한 교황이 새 추기경 서임식(8월 27일)과 추기경회의(29~30일) 중간에 이탈리아 중부 도시 라퀼라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라퀼라는 즉위 5개월 만에 자진 사임한 성 첼레스티노 5세(1215~1296) 교황 무덤이 있는 곳이다.
교황은 그 소문에 대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임 계획은) 마음에 없었다. 당분간은 아니다. 당분간은 정말 그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분간’이라는 시간 조건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교황은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면 전임 교황처럼 사임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간접적으로 여러 번 내비쳤기 때문이다. “언제쯤 사임을 고려해 볼 것 같으냐”는 취재진 질문에 교황은 “하느님이 말씀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에 먼저 가고 싶어
교황은 또 전보다 한결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 방문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모스크바를 먼저 가고 싶다.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작은 창문을 열어준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우리는 이 점(방문)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캐나다 방문 이후에 가능할 것도 같다. 러시아에 가려는 첫 번째 이유는 (휴전과 평화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현재 교황청 국무원 총리 파롤린 추기경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교황 방문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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