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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회가 나섰다

참 빛 사랑 2019. 7. 15. 21:18

청소년 3명 중 1명 과의존…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 중심 스마트폰 선용에 주력 


5명 중 1명은 스마트폰 놓지 못해… 폰 대신 묵주를

‘이 시대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심포지엄 

▲ 현대는 게임 중독, SNS 중독, 미디어 중독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중독 현상이 마약이나 흡연만큼 심각한 세상이다. 무엇보다 미디어 과의존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 교육과 미디어 금식이

필요한 때이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영성이 없는 매체가 신앙인의 삶을 왜곡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첫 번째 방법은 기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살레시오회 유명일 신부는 6월 27일 서울 청담동성당에서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 출범식에 이어 개최된 ‘이 시대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란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신부는 “게임 중독과 SNS 중독, 미디어 중독, 뉴미디어 중독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중독 현상이 마약이나 흡연만큼 심각해진 세상”이라며 “눈에 보이는 중독보다 더 심각한 현상은 미디어 때문에 사회 전반, 특히 신앙인들의 삶이 세속정신에 오염된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돈이 영성을 밀어내고 신이 된 시대로 돈을 하느님처럼 섬기고 돈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면서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고 영혼이 피폐한 사람이 많아졌다”며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현상들을 일컬어 ‘죽음의 문화’라고 칭한다”고 강조했다.

유 신부는 미디어 중독 치료보다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 과의존 치료나 게임 중독 상담에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사항은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해서 이전의 상태로 돌리기는 너무 힘들고 불가능해 보인다”며 “그래서 중독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해 미디어 과의존 극복을 위한 실천, 미디어 금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불리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식별과 이용이 절실히 필요하며 신앙인들은 젊은이들을 위해 올바른 미디어 사용, 미디어의 선용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신부는 그러면서 “요즘 악마들은 전부 다 일찌감치 목 좋은 창문을 분양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제들의 창문에 붙어 있지 않는다”며 “그 창문이 바로 인터넷브라우저, 혹은 MS 윈도우 창”이라고 비유했다.

이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기도의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 시대를 거룩하게 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기도, 그다음이 실천적 방법”이라며 “성당보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 머물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신자들 만나기보다는 컴퓨터게임을 더 좋아하는 신학생들을 위해서, 양 떼를 이끌기보다는 카톡과 페이스북에 목을 매는 사목자들을 위해서 함께 기도를 청한다”고 당부했다.

디지털 과의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기 위한 적절한 교육과 홍보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오연주 박사는 “한국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19.1%, 실제 위험군은 2~3%”라고 소개하고 “우리나라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영국 54.9%, 그리스 37.7%, 터키 32.9%와 비교하면 특별하게 높은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과의존을 치유하는 최선의 방법이 사용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청소년 100명 중 스마트폰 이용을 조절하려는 청소년이 65명에 달하는 만큼 잠재적 위험군에 대한 적절한 홍보와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디지털 과의존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아닌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원의 배분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밥상머리선 핸드폰 치우고 가족과 대화하세요”

천주교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 오현희 본부장





“과의존은 가족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가족 간에 소통이 잘되고 성가정이 되면 해결될 수 있어요. 가족 간의 관계가 좋아지면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 오현희(체칠리아) 본부장이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에 대해 내린 명쾌한 해법이다. 그는 스마트폰 기기의 특성상 과의존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해온 교회 내 전문가다.

“제 석사논문이 ‘중ㆍ고등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에 관련된 예측 변인의 탐색 : 가족 의사소통과 부모 애착을 중심으로’였어요. 스마트폰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논문도 별로 없었고 심각성도 대두하지 않았을 때에요. 그러나 기기의 속성상 중독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고 봤고 그래서 연구를 했어요.”

그렇게 활동을 시작한 그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축이 된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 발족에 깊숙이 참여한 데 이어 천주교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 출범에도 산파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 선용해야

그는 본부장이 된 후에는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과 함께 스마트폰을 알맞고 좋게 쓰는 선용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건 청소년입니다. 청소년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성당에 가서 교육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과의존을 예방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용하는 것도 중요해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그걸 토대로 신앙적으로 접근해서 지침 같은 걸 만들 계획입니다.”

오 본부장은 이를 위해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과의 협력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범식 때 한국평협 손병선 회장이 참석해 캠페인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했어요. ‘밥상머리에서 스마트폰 쓰지 않기’ ‘스마트폰 보관함에 넣기’ 등 평협과 함께 스티커나 포스터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과는 겨울방학 주일학교 프로그램에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는 방법, 과의존 예방을 어떻게 하는지를 포함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갈 생각입니다.”

서울 청담동성당 내 한국가톨릭문화원 디지털과의존연구소에 둥지를 튼 천주교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는 교육, 행사, 홍보, 총무 담당을 두고 있고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해 70명으로 강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영·유아 둔 부모 교육부터 우선돼야

오현희 본부장은 청소년이나 영ㆍ유아를 둔 부모들의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엄마 아빠가 밤새 게임을 하는 걸 보면 아이들이 안 하겠느냐”며 “그래서 자녀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을 줄이려면 먼저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하루 한 시간이라도 스마트폰 끄고 성경 읽기 어때요!

스마트폰 사용 줄이니 달라졌다


▲ 현대인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점차 심해지면서 교회 활동 중에도 스마트폰의 무분별한 사용이

엿보이고 있다. CNS 자료사진



“선생님, 성당 와이파이 비밀번호 좀 알려주세요!”

A본당의 초등부 주일학교 교리교육 시간. B교리교사가 “얘들아, 이제 휴대폰 넣고 시작기도 하자”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한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와이파이를 요청했다. 평소 아이들이 교리교육 시간에 스마트폰을 되도록 이용하지 않게 하고자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온 터였다.

B교리교사는 “그래도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교리에 참여하도록 학교처럼 스마트폰을 뺏거나 다그치며 강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많은 아이가 교리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서 “스마트폰 삼매경인 아이들은 친구들과도 대화가 적고, 심지어 옆 사람과도 메신저로만 대화하기도 한다”고 교리실 풍경을 전했다.

C본당 신심 단체장인 D씨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자꾸만 정치적인 글과 영상을 올리는 한 단원 때문에 한동안 몹시 불편했다. ‘알아서 그만하겠거니’ 여겼지만, 신앙생활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내용을 올리는 그에게 D씨는 “조금 삼가해 달라”고 청했고, 그제야 단체방 분위기가 정리됐다.








스마트폰은 오늘날 많은 현대 신자들의 신앙생활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과 무분별한 사용 습관이 실제 교회 활동 중에도 엿보이는 게 현실이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성당 교리실의 한 풍경이 됐고, 일상과 신앙의 구분없는 정보와 ‘가짜 뉴스’가 때때로 교우들의 사회 관계망 공간을 넘나들기도 한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현대인의 생활은 여러 면에서 분명 편리해졌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지구 반대편 친구와도 간편히 대화하며, 초행길도 두려움 없이 척척 갈 수 있게 됐다. 몰랐던 지식도 글과 영상으로 다양하게 익힐 수도 있다. 모두 스마트폰이 주는 이기다.

그러면서 차츰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똑똑하고 곧바로 반응하는 스마트폰이 일상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주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화면 속 세상으로 인해 우리 생활은 때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졌고, 길을 걸으면서도 화면만 들여다보다 정작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라졌다. 어릴 때부터 화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오히려 일상 대화를 어렵게 느끼게 됐고, 성인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묵상의 시간을 잃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막을 순 없지만, 스마트한 ‘기계’만 지녔을 뿐 내 삶은 이웃도 모르고, 하느님도 모르는 결코 스마트하지 못한 삶으로 나아가고 있진 않은가.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잊고, 심지어 하느님과의 대화 시간까지 잃어버리진 않았는지. 지금도 우리 옆에는 스마트폰 과의존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잠재적 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이 많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상대방의 눈을 봅시다!”

“스마트폰 보관함을 마련해두고 집에서는 가족과 더욱 대화하겠습니다!”

서울 청담동본당 신자들은 지난 3월 사순시기 동안 ‘디지털 금식’을 실천했다. 사순시기 동안만이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자 전 신자가 ‘디지털 금식 서약서’를 작성했다. 대신 가족과 더 대화하고, 함께 기도하며, 성경 읽기로 선용하는 ‘불편함의 영성’을 실천한 것이다.

본당 여성총구역장 나영숙(아나스타시아)씨는 “한참 유튜브 영상에 빠져 다음 날 아침 미사 때까지 눈이 아플 정도로 자제하지 못했다”면서 “디지털 금식을 실천한 뒤로 영상은 끊고, 대신 성경과 신앙 서적 읽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성상훈(마티아) 본당 청년연합회장도 “디지털 금식을 계기로 가족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해 지키고 있다”며 “본당 청년들 사이에서도 스마트폰의 불필요한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손영모(가브리엘) 본당 사목회 부회장은 “잠들고 일어날 때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따로 두고서 가족과 대화하고 기도하는 데 노력할 수 있었다”며 “디지털 금식을 넘어 신앙생활에 좋은 정보와 나눔에 활용하는 ‘디지털 보식’ 운동도 함께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담동본당은 어린이 첫영성체 교리와 예비신자 교리교육 시간에도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육을 실시해 신자들이 스마트폰을 신앙적으로 선용하도록 이끌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일상에서 그 비중(현저성)이 늘어나고, 조절력이 감소하며, 주변과의 갈등과 불편함 등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에 과의존 정도를 측정할 때 △현저성 △조절 실패 △문제적 결과 등 세 가지 속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2018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벌이 부모에 비해 맞벌이 부모의 유아동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이 높게 나타났으며,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일 경우 자녀들도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높았다. 스마트폰 콘텐츠별 이용 정도는 메신저, 뉴스, 영화 및 동영상 순이었다.

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연령별 ‘스마트폰 바른 사용 실천 가이드’를 통해 스마트폰을 쉬게 하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본부는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 끄기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절제하고 매일 복음쓰기 △스마트폰 끄는 시간을 정해두고 보관함에 넣어두기 △메신저로 가족과 기도하고 묵상 나누기 △신앙 관련 앱 함께 이용하기 등 신앙적으로 선용하는 방법을 널리 전파할 계획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