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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목

[이런 가정 어때요]지친 몸과 마음, 산에서 하느님 손길 느끼며 치유해요.

참 빛 사랑 2019. 1. 15. 20:50

산림휴양농원 ‘노아의 숲’ 운영하는 박주원·진영숙씨 부부

▲ 30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산 속으로 들어온 박주원·진영숙씨 부부. 부부는 바쁘고 지친 이들에게 ‘노아의 숲’이 쉬어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숲에 식구가 많습니다. 제가 150만 가지 미생물을 고용했는데요. 어마어마한 일꾼들입니다. 지렁이, 버섯, 이끼도 훌륭하지요. 가장 자랑하고 싶은 일꾼은 나무뿌리에 흡착해 나무가 흡수할 수 없는 영양을 흡수해주는 ‘균근’이에요. 숲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하게 경쟁도 하지만 서로 돕고 삽니다. 우리 인간들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외갑천로 694번길. 횡성호수길 3코스인 ‘치유길’이 지나는 산속에 전세를 내고 사는 부부가 있다. 산림휴양농원 ‘노아의 숲’을 운영하는 박주원(베드로, 66, 원주교구 청일본당)ㆍ진영숙(오틸리아, 64)씨 부부다.


산이 좋아 산에 산 지 올해로 5년 차가 됐다. 부부가 산으로 이사를 온 건 2015년 7월. 남편 박주원씨가 30년 넘게 해온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이곳으로 옮겼다.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은행 계열사 사장 등 고위 임원으로 업무 스트레스가 잦았던 그에게 산은 늘 고향처럼 따뜻한 품이었다. 또 직장 생활을 하며 찾아온 폐암을 통해 몸에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깨달음도 왔다.


“농사 생각도 해보았지만, 평소에 늘 생각하던 곳은 산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께 야단맞았을 때 산에 오르면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박주원 대표)


부부는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 쉬어 가는 치유의 숲을 체험하게 해주자는 꿈이 생겼다. 이름은 박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속 인물 ‘노아’를 따서 만들었다. 노아가 방주를 지은 것처럼 노아의 우직한 마음으로 숲에 정성을 들였다. 노아가 히브리어로 ‘심신을 쉬다’는 뜻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부부는 삶의 거처를 도시에서 산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 박 대표는 한국산림아카데미에서 CEO 과정을 수강하고,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주말마다 살기에 적당한 곳을 찾기 위해 전국의 산을 누볐다. 아내 진영숙 원장은 효소와 약초를 이용한 차와 발효액을 만드는 법도 배웠다.


▲ 산림휴양농원 ‘노아의 숲’을 운영하는 박주원·진영숙씨 부부가 모노레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산의 건물주는 하느님이다. 약 21만 4876㎡(6만 5000평) 규모의 산에는 30여 종이 넘는 약초와 산나물, 야생화가 봄맞이를 하고 있다. 텃밭에는 오이와 상추, 고추 등 온갖 채소들을 심었다. 봄이 되면 곰취, 두릅, 명이나물, 고사리 등 산나물들의 녹색 향연이 펼쳐진다. 약초와 산나물, 온갖 채소를 심은 사람은 부부지만 거두는 것은 하느님이다. 부부는 산에 들어와 하느님의 손길을 더 가까이 느꼈다. 바람 한 자락, 햇볕 한 줌, 쏟아지는 장대비…. 모든 것이 하늘에 달렸다는 것을 안다. 산 정상에 오르면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횡성호와 밤하늘을 가득 메우는 별들은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다.


부부는 호수와 강원도 일대의 산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었다. 약초를 심은 산 위에 비료를 싣고 올라가려고 모노레일을 설치했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산길이 절경이다. 모노레일은 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설치했다. 박 대표는 노아의 숲에 오는 손님들을 모노레일에 태우고 횡성호수가 주는 절경을 선물한다. 산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와 산나물, 야생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오면 ‘숲 해설가 할아버지’가 되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숲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상처를 내고 떨어진 자작나무 가지를 가리키며, “인생에는 상처와 어려움이 있는데 그것이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자연의 질서와 이치에 삶의 연륜이 더해져 깊은 교훈을 건넨다.


부부는 숲을 벗 삼아 숲의 생태를 공부하면서 생명의 신비에 눈을 떴다.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한 생명의 소중함이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사람을 치유합니다. 나무가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피톤치드가 유독 사람에게만 좋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어떻게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부부는 환경운동가가 됐다. 개똥과 과일 껍질, 쌀겨와 톱밥을 섞어 비료를 만들고, EM(유용 미생물)으로 친환경 세제를 직접 만들어 쓴다. 모든 동식물과 미세한 곤충들이 활동을 멈추고 쉬는 밤에는 불 하나 켜는 것도 조심한다.


지렁이만 봐도 기겁을 하고, 주말마다 남편을 따라 억지로 산에 올랐다는 진영숙 원장도 몸이 약했는데 많이 건강해졌다. “물 좋고 공기가 좋아 편리한 도시 생활이 그립지는 않다”고 했다. 또 “숲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오솔길을 걷고, 밤하늘의 별도 보면서 치유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아의 숲에는 한꺼번에 최대 30명이 머물 수 있고, 피정도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늘 바쁘게 살았다”면서 “사회에서 잘살아온 만큼 이제 그것을 나누고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또 “우리처럼 귀산촌을 희망하는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곳에 와서 계시는 동안은 잠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어디까지, 몇 시 몇 분까지 가야 하는 목표나 시간을 내려놓습니다. 그냥 멍하니 맑고 푸른 하늘과 청아한 숲 속을 응시하시면서 터덜터덜 걷다, 좋은 기운과 향기가 묻어나는 방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뒹굴뒹굴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박 대표가 노아의 숲 홈페이지(www.noaforest.com)에 올린 초대 글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