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셉 성월과 성 요셉 대축일(20일)
▲ 요셉 성인은 성가정의 수호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돌보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바르톨로메 무리요 작 ‘성가정’, 1650,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교회는 매년 3월을 ‘성 요셉 성월’로 지낸다. 그리고 20일은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이다. 성 요셉 대축일은 원래 19일이나 올해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고 준비하는 사순 제3주일과 겹쳐 20일로 옮겨 경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양아버지인 요셉 성인은 하느님의 영원한 계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충실한 도구로 선택돼 성가정을 돌봤다. 요셉 성인에 관한 성경 구절은 예수의 어린 시절을 다룬 마태오복음 1─2장과 루카복음 1─2장뿐이다. 외경 작품들에는 요셉 공경에 대한 내용이 많다. 성경에 그에 대한 언급이나 내용은 별로 없지만, 신앙적으로 보면 요셉은 참으로 많은 일을 남모르게 실천했다.
다윗 왕가의 후손인 요셉은 나자렛에서 목수 일을 했고 의인으로 존경받았다. 약혼자 마리아가 임신하자 파혼하려 했지만, 성령에 의한 잉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였다. 요셉은 부모로서 아기 예수가 할례를 받도록 하고 아들을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했다.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 생활을 해야 했다. 예수가 12살 되던 해에 예수, 마리아와 함께 예루살렘 순례를 갔다가 예수를 잃었으나 아들이 학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요셉(Joseph)은 ‘하느님을 돕다’, 곧 ‘돕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예수 시대에 매우 흔한 이름이었다. 요셉의 인생은 성실하게 돕는 이의 삶이었다. 요셉은 먼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보호했다. 정결한 남편으로서 동정을 원하는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 끝까지 지켜줬다. 자기 희생과 봉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요셉은 또 예수의 양부로 아버지 역할을 성실하게 다했다. 예수가 공생활에 나서기 전 30년 동안 예수를 보살피고 가르쳤다. 성경은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예수님은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갔다”(루카 2,51-52)고 기록하고 있다. 어린 예수의 지혜와 키를 자라게 한 이가 요셉이다. 이처럼 요셉 성인은 성가정의 수호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3월 19일이 요셉 성인의 축일로 자리 잡은 것은 12세기 무렵이다. 요셉 성인에 대한 공경이 비교적 늦게 시작된 것은 그의 역할이 성모 마리아만큼 명확하지 않아 전례력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세기 예루살렘 성지를 이슬람에게서 되찾고자 했던 십자군은 요셉 성인을 공경하고자 나자렛에 성당을 세웠다. 이후 요셉 성인에 대한 공경과 축제는 주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를 통해 유지되고 전파됐다. 작은형제회 출신 식스토 4세 교황은 15세기 말 요셉 성인의 축일을 모든 교회로 확산시켰다.
1870년 비오 9세 교황은 성 요셉을 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1889년 레오 13세 교황은 요셉을 가장의 모범으로 선포하면서 성인들 가운데 성모 마리아 다음의 위치로 올렸다. 교황은 “성 요셉은 가족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 산 표본”이라면서 “아내들에게는 사랑, 마음의 일치, 충실함의 모범이고, 미혼자, 독신자, 수도자ㆍ성직자에게는 정결의 이상이며 수호자”라고 밝혔다. 이어 “성 요셉은 마리아의 남편이요 예수의 아버지이므로 가톨릭 교회의 가장권을 가지고 계신다”고 했다.
비오 11세 교황은 성 요셉을 공산주의와 싸우는 영적 투쟁의 보호자이며 사회 정의의 수호성인이라고 불렀다. 1955년 비오 12세 교황은 공산주의의 5월 축제에 맞서고자 5월 1일을 ‘노동자들의 수호자 성 요셉 축일’로 정했다. 요한 23세 교황은 성 요셉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보호자로 지정하고 1962년 감사기도 제1 양식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성 요셉은 목수, 임종하는 이들, 노동자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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