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 결혼’ 어떨까
“성당 결혼 어떻게 생각해?”(기자)
“깊이 생각 안 해봤는데…. 성당 결혼은 분위기가 무겁지 않아?”(여자친구)
서른셋의 기자와 스물아홉의 여자친구는 4년째 연애 중이다. 우리 둘은 어느새 사회에서 말하는 ‘혼기 꽉 찬’ 나이에 이르렀다. 하지만 평소 혼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눈 적은 별로 없다.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자가 아닌 여자친구는 “성당 결혼이 일반 결혼식하고 뭐가 다른데”라고 물었다. 글쎄…. 그게 뭔지 나도 똑 부러지게 답하기 어려웠다.
높은 취업 문턱, 폭등하는 집값 탓에 많은 청년이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게 자연스럽다.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도 난 결혼 생각이 있고, 혼인성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제안했다. “그럼 같이 성당 결혼에 대해 알아볼래?”
여자친구와 함께 취재 겸 사흘에 걸쳐 △성당 방문 △혼인교리 수강 △혼인 미사 참여 해보기로 계획을 짜고 성당 문을 두드렸다. 혼인 장소론 어느 성당이 좋을까. 서울에서 혼배성당으로 인기 있다는 성당 몇 군데를 직접 가 봤다. 역삼동성당은 크고 웅장했다. 방배동성당은 교통이 편리했고 주차장이 넓었다. 최근 비와 김태희 결혼으로 유명세를 탄 가회동성당도 들렀다. 잘 꾸며진 신부 대기실과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한남동성당은 혼인 비용 마련이 어려운 연인을 위해 상담을 거쳐 무료 혼인성사를 해준다고 했다.
방문한 성당 사무실에선 한결같이 예식 비용과 절차를 먼저 알려줬다. 비용은 70만 원에서 250만 원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었다. 예물과 예단, 혼수까지 챙겨야 하는 우리 사회 예식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젊은 연인들에게 사실 결혼 비용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고민이다.
다음날엔 혼인교리 강좌를 들었다. 신부님께서 “혼인은 하느님의 부르심이자 선물이며, 작은 교회인 성가정을 이루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60여 쌍의 예비 신랑ㆍ신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르심, 선물, 작은 교회, 성가정…. 결코 가벼운 말들이 아니었지만, 막상 잘 와 닿지가 않았다. 신부님께서 해 주신 말씀에 담긴 무게를 느끼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해졌다.
경건함과 거룩함 있는 혼인성사
“주님께서는 두 분이 교회 앞에서 고백한 이 합의를 당신 은혜로 확고하게 하시고, 두 분에게 복을 내리실 것입니다.”
마지막 코스다. 실제 혼인성사가 이뤄지는 성당에 갔다. 사제는 강복을 주고, 신랑ㆍ신부는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하며 반지를 교환했다. 괜스레 설렌다. 난생처음 혼인성사를 지켜본 여자친구는 “혼인이 하느님과의 계약이자 부르심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며 “경건함과 거룩함 속에 신랑ㆍ신부가 축복받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성당에서 결혼하면 절대 이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곁들였다.
‘성사’ 제대로 준비해야
진지하게 혼인성사를 생각해보니 마음이 복잡하다. 실제로 양쪽 집안에서 혼사 이야기가 오가고, 혼인 준비가 현실이 됐을 때 여자친구와 난 ‘성사’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사랑의 기쁨」에서 하신 말씀이 왠지 힘이 된다.
“남들과 다를 수 있는 용기를 지니기 바랍니다. 소비주의와 허례허식의 사회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은총으로 강화되고 거룩하게 되어 여러분을 결합시켜 주는 사랑입니다.”
글=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이땅에 평화-혼인성사] 외국 사례
미국 - 한국은 혼인면담이 1시간이면 끝나지만, 미국은 혼인성사를 받기 6개월 전부터 사제와 매달 만나 혼인 준비를 위한 면담을 해야 한다. 혼인성사 때 꽃장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혼인성사 비용(성전 사용료)은 500~1000달러(약 50~100만 원)다.
프랑스 - 본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혼인성사를 받기 전까지 4~5차례 혼인교리를 받는다. 한국과 다른 점은 시간 조절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1주일 혹은 2달에 걸쳐 교리를 받는다. 사제 면담, 커플 대화, 증인과의 대화, 혼인교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커플들은 자신의 혼인생활에 실질적으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증인으로 선택한다. 혼인성사 비용은 평균 50~200유로(6만~24만 원)다. 생활형편이 어려우면 무료다.
필리핀 - 가톨릭이 국교인 만큼 거의 모두가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는다. 가톨릭 신자들은 자신의 본당을 떠나 다른 곳에서 혼인성사를 받을 수 없다. 혼인교리(Pre-Cana)와 혼인면담은 필수다. 혼인성사 최소 비용은 약 5000페소(약 10만 원)다. 가난한 이들에겐 비용을 받지 않는다.
볼리비아 - 볼리비아에는 혼인예식의 40%가 성당에서 이뤄진다. 대부분 젊은이는 세례를 받지만, 신앙생활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혼인면담 때에는 신부와 의사, 마을 어른이 함께해 조언해준다. 혼인성사 비용은 200~300볼리비아노(약 3~4만 원)로 청소비 등 최소비용만 받는다. 성당 사용 비용은 일반 예식장보다 30~40% 저렴하다. 형편이 어려우면 본당 신부가 탕감해준다.
폴란드 - 95%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폴란드의 젊은이들은 성당에서 혼인하기를 원한다. 성전 사용료는 없으며, 주례 사제에게 감사헌금(약 25만 원)만 내면 된다. 꽃장식 비용은 개인이 부담한다. 정리=이지혜 기자 bonaism@
가톨릭교회 ‘혼인성사’의 의미
가톨릭교회는 혼인을 ‘성사’(聖事)로 여긴다. 성사란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은총을 보여주는 표징 혹은 전달하는 통로를 말한다.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는 서로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하느님의 은총을 드러내는 표징이자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성사으로 맺어지는 부부에게 그에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신다. 그러하기에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혼인의 성사적 의미를 각별히 강조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혼인은 또한 단일성(單一性)과 불가해소성(不可 解消性)의 특징을 지닌다. 단일성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뜻한다. 불가해소성은 혼인의 끈이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하느님 앞에서 부부로 살기로 약속했고, 하느님께서 이를 맺어주셨기에 혼인한 부부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며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약혼한 이들은 혼인을 하나의 여정이 아니라 성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렇듯 교회는 혼인을 말할 때 ‘성사’에 방점을 둔다. 젊은이들에게 예식에 치중하기보다 혼인 이후의 삶에 더 집중하기를 거듭 강조한다. 성사인 혼인의 삶을 잘 가꾸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성찰하게 한다. ‘혼인교리’와 ‘약혼자 주말’ 등에서 일러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혼인성사의 방점은 ‘혼인’에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혼인성사를 성당에서 식을 올리는 ‘성당 결혼’쯤으로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성사를 위한 준비보다는 성당을 예약하고, 예식 비용을 계산하며, 여러 ‘업체’를 선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 젊은이들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다. 혼인이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 대 집안 행사로 치러지는, 우리 사회가 지닌 독특한 혼인 문화가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혼인성사를 문의하러 성당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는 성당 사용 날짜, 예식 비용, 스튜디오 및 뷔페 업체 선정 등에 관한 설명이다. 성사를 위해 필요한 혼인 교리, 혼인 서류 준비, 사제 면담과 같은 이야기는 그 다음이다. 교회는 ‘성사’를 말하지만 그 ‘성사’를 현장에선 느끼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예비부부들은 ‘성사’에 집중하려고 마음먹어도 준비 과정에선 크고 작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기 일쑤다. 본당 사무원이었던 김 안드레아(43)씨는 “사제 면담 전엔 혼인관계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쪽이 신자가 아닐 경우 처음 보는 사제에게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의문이고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천주교에서 혼인하려면 왜 이러한 서류가 필요한지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루카씨는 “신자라면 대부분 성당에서 혼인하기를 바라지만 혼인성사 준비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거쳐야 것이 많아 실제로는 꺼리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왕이면 본당에서 혼인한 부부들을 대상으로 피정과 강좌 등 후속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혼인생활, 손해 보는 만큼 사랑 배우는 여정
▲ 혼인교리 강사 황지원 신부(작은형제회) |
“젊은이들이 혼인교리를 받는 이유는 성당에서 혼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혼인교리를 받으러 온 젊은이들을 보면 ‘예비군 훈련’에 온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물론, 쉽지 않은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부터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혼인교리를 해온 황지원(작은 형제회, 사진) 신부는 “성당에서 혼인을 준비할 정도면 신앙생활을 그나마 잘하는 젊은이들일 텐데도, 자신의 신앙보다 부모님의 신앙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양쪽이 신자인 경우보다는 반은 외짝 신자로 온다”고 설명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늦지 않았습니다”는 말로 시작하는 혼인교리는 신혼여행과 청첩장, 예물ㆍ혼수 준비에 들뜬 젊은이들 마음을 툭툭 건드린다.
더 사랑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
“여러분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지만, 더 사랑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입니다.”
황 신부는 사랑은 자연스러운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며, 혼인성사의 의미와 가치를 젊은이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준다.
“준비하지 않고 혼인하면, 혼인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을 감당할 힘이 없습니다. 사랑은 배우자에게 10을 줬는데 2, 3만 돌아와도 견디는 것입니다. 자녀에게는 10을 주고도 하나도 되돌려 받을 수 없지요. 내가 손해를 보는 만큼 사랑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시는구나를 알게 되는 거죠.”
교회도 부정화법 대신 긍정화법 써야
황 신부는 “교회는 혼인에 대해 이혼하지 마라, 혼전 성관계는 안된다며 혼인을 어떤 구속처럼 옭아매는 것 같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 혼인성사의 의미와 가치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신부는 “교회도 안된다고만 가르쳐서는 안된다”며 “그러면 젊은이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려면 너희는 (성당에) 오지 말라는 뉘앙스로 소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 신부는 대신 ‘~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이 더 좋다’는 식으로 사랑이라는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사목자라는 직분의 특성상, 행복한 부부보다는 갈등과 어려움이 있는 부부들을 더 많이 아는 황 신부는 “‘이만큼만 사랑하면 되겠지’라는 본인의 기준을 넘어, 인간적인 한계까지 계속 넘어서게 하는 게 혼인”이라며 “그렇기에 혼인은 하느님이 더 많이 필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혼인성사 준비 절차에 대해 문턱이 높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황 신부는 “절차가 복잡해서 혼인성사 받는 것을 포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힘든 걸 피하는 게 답이 아니다. 오히려 어렵게 가는 게 잘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성사가 때론 불편하고 낯설 수 있지만, 하느님은 혼인성사를 통해 너무나도 큰 축복을 주신다”면서 “하느님은 부부가 어렵고 힘들 때에 항상 도와주시고, 함께 걸어가 주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혼인성사 준비하기
혼인성사가 단순히 ‘성당 결혼’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혼인을 준비하는 가톨릭 신자 젊은이들이라면, 본격적인 혼인 준비 전에 혼인교리부터 수강하고 약혼자 주말을 꼭 체험하기를 추천한다. 혼인을 성사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해주며 혼인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혼인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 만일 혼인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올 가을에 부부가 될 수 있는 준비 과정을 꾸려봤다.
혼인성사를 받기로 한 예비부부들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장소 선정’이다. 생애 단 한 번뿐인 혼인예식을 멋지게 치를 최적의 성당을 찾기 위해 비용과 위치, 시간 등을 고려해 ‘성당 투어’에 나서기도 한다.
혼인 예식으로 인기가 높은 서울대교구 내 성당 10곳을 소개한다.
※혼인성사는 교적이 있는 본당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본당 사제의 허락하에 양가 가족과 하객들의 편의 등을 고려해 다른 성당에서 할 수 있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성당 혼인성사 비용 알아보기
혼인성사를 받기로 한 예비부부들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장소 선정’이다. 생애 단 한 번뿐인 혼인예식을 멋지게 치를 최적의 성당을 찾기 위해 비용과 위치, 시간 등을 고려해 ‘성당 투어’에 나서기도 한다.
혼인 예식으로 인기가 높은 서울대교구 내 성당 10곳을 소개한다.
※혼인성사는 교적이 있는 본당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본당 사제의 허락하에 양가 가족과 하객들의 편의 등을 고려해 다른 성당에서 할 수 있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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