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귓등으로 듣는 배우자, 변할 수 있을까?
사랑으로 결혼하기(131~132항)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가. 아니면 결혼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사랑으로 결혼하라고 권고한다. 물론 사랑은 외적인 동의나 계약을 훨씬 넘어서지만 그런데도 결혼이라는 가시적 형태를 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혼인은 인간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사회적인 성격을 지닌다. 혼인은 서로에게 헌신하는 가운데 사랑 안에서 더욱 성장하도록 해 사회 전체의 선에 이바지한다.
두 사람이 참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그들은 이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사랑이 혼인의 계약으로 다른 이들 앞에서 표현될 때, 그 사랑은 당사자들이 자유로이 그리고 남김없이 서로에게 응답한 그 서약을 드러낼 뿐 아니라 지켜지도록 한다. 이는 사랑하는 두 사람은 어려움이 생겼을 때뿐 아니라 새로운 매력거리나 자신만의 관심사가 생겼을 때도 언제나 서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표현되고 크는 사랑(133~135항)
혼인의 사랑이 지니는 또 다른 특징은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고 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말과 행동으로 자유롭게 그리고 관대하게 드러나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인색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침묵은 때로는 남편과 아내 사이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그리고 동기간에도 무언의 억압이 될 수 있지만, 제때 하는 적당한 말은 사랑을 보호하고 키운다.
사랑은 또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얼마나 성장해야 하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을 빌려 사랑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다며 거듭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오로 사도도 이렇게 썼다. “사랑하는 여러분, 더욱더 사랑하십시오”(1테살 4,9).
교황은 나아가 혼인의 사랑은 사랑에 관한 교리를 강조한다고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부부의 사랑은 하느님의 은총에 날마다 행동으로 응답할 때만 성장할 수 있다. 혼인성사에서 부부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은 또한 부부가 은총 안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키워나가라는 요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좋은 와인은 시간과 함께 숙성된다’는 표현으로 사랑의 성장을 강조하면서 칠레 주교단의 말을 인용, ‘소비주의자들이 선전하는 완벽한 사랑이란 가정에서 가장이 날마다 부딪쳐야 하는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상’일 따름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우리의 한계와 결함과 결점들에 관해 현실적이 되는 것이, 또 함께 성장하고 사랑을 키우고 일치를 강화하라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훨씬 건강하다”(135항).
대화(136~141항)
교황은 이어 대화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대화는 “혼인과 가정생활에서 사랑을 체험하고 표현하며 촉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136항). 하지만 대화는 장시간 힘들게 훈련을 거쳐야 한다.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어른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고 참다운 대화를 촉진하는 태도를 계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황은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우선 함께하는 시간을 내야 한다. 그 시간이 소중한 시간이 되려면 상대방의 말을 인내하며 주의 깊게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간의 대화는 대체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배우자는 자신의 아픔과 갈망과 분노와 희망과 꿈을 알아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배우자의 요청에 나는 어떻게 대하는가. “그이는 내 말을 안 들어요. 듣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딴생각을 하고 있다니까요.” 나의 태도는 이렇지 않은가.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말이나 생각을 결코 함부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관심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아가 늘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오히려 내 생각을 바꾸고 키워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일치는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 안의 일치’다. 교황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단어도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당부한다. 대화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토론에서도 자신의 가치, 신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지 상대방을 제압하고자 하는 자세는 좋지 않다.
교황은 또 소중한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할 말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따분하고 부질없는 대화가 될 것이라 지적한다. 그러려면 독서나 개인적 성찰, 묵상, 기도 혹은 주변에 대한 관심을 통해 내적으로 풍요로움을 가꿔야 한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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