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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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15.제4장 혼인의 사랑 ④ (120~130항)

참 빛 사랑 2016. 10. 12. 16:19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의 사랑, 유통기한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까지 묵상한 바오로 사도의 사랑의 찬가를 토대로 부부 사랑의 특징을 언급한다. 


부부 사랑의 성장(120~122항)

부부 사랑은 혼인성사의 은총으로 거룩해지고 풍요롭게 되고 빛을 발하는 사랑이다. 우정의 따뜻함과 에로틱한 격정이 결부된, 영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이다. 이 사랑은 감정과 욕정이 가라앉은 이후에도 지속되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십자가의 희생에서 절정에 이르는 그리스도와 인류와의 깨지지 않는 계약을 반영한다.

혼인성사로 부부는 서로 하느님의 모습을 반영한다. 하지만 부부 사랑은 또한 한계를 지닌 인간들의 사랑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와 교회가 이루는 완전한 사랑의 일치를 부부가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부부의 사랑은 하느님 은총으로 그 완전한 사랑의 일치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역동적 과정”이다.



평생 함께함(123~125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부부의 사랑은 “우정의 가장 위대한 형태”(123항)로, 우정의 온갖 좋은 점들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곧 “상대방의 선익에 대한 관심, 상호부조, 친밀함, 따뜻함, 안정, 그리고 함께 하는 삶에서 생겨난 닮음” 등이다. 부부는 평생 이를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헌신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관계가 일시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혼인 당사자들은 혼인의 흥분과 기쁨이 일시적일 뿐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혼인의 증인들은 새 부부의 사랑이 시련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자녀들 또한 부모가 서로 사랑하며 충실하게 지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사랑이 모든 시련을 넘어 끝까지 충실하게 머무르기 위해서는 그 사랑을 강화하고 들어 높여 주는 은총의 선물이 필요하다”(124항).

혼인은 자녀 출산만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 아니기에 혼인의 사랑은 성장하고 성숙해야 한다. 그래서 이 사랑은 부부의 결합 안에서 모든 것을 포용하며, 서로 끊임없이 존경하는 가운데 모든 것을 공유한다. 이 사랑은 “부부가 자유로이 서로 자기 자신을 내어 주고 이를 다정한 마음과 행동으로 드러내도록 이끌어 주며 부부의 온 삶에 스며든다”(「사목헌장」 49항).



기쁨과 아름다움(126~130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가꾸고 키워 나가는 것 또한 결혼 생활의 큰 특징으로 제시한다. 여기서 기쁨이란 육체적인 또는 물질적인 즐거움이 아니다. 이런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 집착하게 되면, 거기에 노예가 될 뿐 아니라 다른 데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기쁨은 우리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뿐 아니라 육체적 즐거움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다른 것들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혼인의 기쁨은 슬픔 속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고 안락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긴장과 고통이 있고, 귀찮고 성가신 일도 함께한다. 혼인은 이 모든 것을 부부의 사랑, 부부의 배타적 우정 안에서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아름다움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외적인 아름다움이나 심리적 매력보다 더 큰 “가치”, 그 사람의 타고난 미와 신성함을 관조하고 음미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더는 육체적으로는 매력을 지니지 않는다하더라도, 오히려 육체적으로는 보기에 거슬린다 해도 그 사람 내면의 선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사랑은 자유로이 내어주는 데 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해준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한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를 수시로 경험한다. 여기서는 교황이 언급하는 몇 가지 예를 드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내 남편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아요. 마치 내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고요!” “내가 당신에게 이야기할 때는 제발 좀 보세요!” “마누라가 나를 더 이상 보지 않아요. 그녀는 아이들만 바라본다니까요.” “우리 집에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요. 마치 내가 없는 것처럼 나를 보지도 않아요.”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우리의 눈을 열어 주고 우리로 하여금, 다른 모든 것을 넘어 한 인간의 위대한 가치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128항). 우리는 이렇게 바라보는 사랑의 기쁨을 가꾸어야 한다.

하지만 기쁨은 또한 고통과 슬픔을 통해서도 성장한다. 역경을 거친 후 부부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그 고통을 겪으면서 기쁨도 성장한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