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교회성사교리

전례를 알면 성대하고 모르면 지루한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

참 빛 사랑 2016. 3. 25. 09:50


▲ 지난해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예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불을 축복하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복되고 거룩하여라, 부활에 참여하는 사람!(묵시 20,6 참조).

부활은 가톨릭 신앙의 핵심이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3일 만에 부활하신 사건 자체를 받아들이고, 우리 또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할 것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부활 대축일’을 가장 기쁘게 보낸다.

그만큼 예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는 평소와 다르고 성대하다. 미사 시간이 길다고 불평하기보다 전례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새겨보자. 더불어 부활 시기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알면 다르게 보인다.


부활 성야 미사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만을 기념하는 성야 미사는 부활 시기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날 사제는 기쁨과 영광을 상징하는 백색 제의를 입는다. 신자들은 등불을 켜고 주인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깨어 부활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제1부 빛의 예식

불 축복ㆍ부활초 점화

미사는 성당 내 모든 불을 끈 채 시작된다. 사제는 성당 입구나 적당한 곳에 화로를 준비하고 불을 축복한다. 그리고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부활초에 그리스어 첫 글자인 알파(Α)와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Ω)를 새기며 기도를 바친다. ‘시작이요 끝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도 내일도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다. 이때 초에 향 덩이를 십자가 모양으로 꽂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상처로 세상이 구원됐음을 의미한다. 이어 사제는 부활 초에 불을 밝히며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고 세상에 새 생명을 가져왔음을 드러낸다.

 

행렬

사제가 부활초를 들고 행렬한다. 이때 사제는 성당 밖과 입구, 제대 앞 이렇게 세 곳에서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고 노래한다. 신자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한다. 이 예식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앞장서 인도한 불기둥(탈출 13,21-22)과 부활로 어둠을 몰아낸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두 번째 노래 후, 모든 신자는 각자 준비한 초에 부활초 불을 옮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빛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을 상징한다. 모든 노래를 마치면 성당의 모든 불을 켜고 세상에 부활의 희망이 가득 찼음을 드러낸다.



▲ 지난해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신자들이 부활초 불을 나눠 받고 있다. 부활초를 나누는 것은 이웃과의 나눔을 뜻한다.


부활 찬송

빛의 예식의 정점이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그리스도의 현존 △그리스도의 재림 등을 노래하며 ‘오늘’ ‘이 밤’이란 단어로 부활 성야의 신학적 의미를 풀어낸다. 즉, 빛으로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를 찬양하고, 미사에서 밝힌 빛을 통해 모든 신자가 죄와 죽음에서 구원됐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제2부 말씀 전례

구약 7개, 신약 2개(서간과 복음)를 봉독한다. 천지 창조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 인간 구원에 대한 말씀이 주를 이룬다. 역사 모든 순간에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사랑이 있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신자들은 독서마다 말씀을 듣고 화답송으로 환호하며 기도한다. 모든 독서를 마치면 사순 시기 동안 하지 않았던 ‘대영광송’을 바치며 하느님을 찬미한다.

 

제3부 세례 예식

세례는 그리스도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것, 즉 부활을 의미한다. 사제는 이런 의미를 새기며 예비 신자에게 세례를 준다. 이 예식에서 사제는 회중에 성수를 뿌리고, 신자들은 세례 서약을 갱신하며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제4부 성찬 전례

성찬 전례는 보통 미사 때와 같이 진행된다. 새 영세자들은 첫 영성체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과정을 완성한다. 다른 신자들은 성체를 영하며 자신 안에 모신 그리스도의 빛을 잘 지켜나갈 것을 다짐한다.

 

부활 시기

기쁨의 축제는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교회는 예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50일을 ‘부활 시기’로 보내며 성대히 기념한다. 이때부터 사순 시기 동안 금했던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바친다. 또 전례를 거행하는 동안에는 성야 미사에서 축성한 부활초에 불을 켠다.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내는 초를 보며 인간 구원을 위해 십자가 죽음을 택한 그리스도를 떠올리는 것이다.  

 

부활 팔일 축제

축제는 부활 시기 첫 8일 동안 이어진다. 예전 신자들은 부활 성야 미사에서 세례받을 때 입었던 흰옷을 8일 동안 입으며 새 생명을 누리게 된 기쁨을 드러냈다. 이처럼 축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오래 간직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님 승천 대축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을 등지고 떠나신 것이 아니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심으로써 세상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셨다. 또 그리스도의 승천은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생애를 영광스럽게 완성하신 것을 뜻한다.

 

성령 강림 대축일

사도들에게 성령이 임하신 신비를 기억하는 날이다. 이날 사도들은 성령의 은총을 받아 복음 선포의 열정으로 가득 차 선교하고 신자 공동체를 이뤘다. 특히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며 우리가 그 부활의 ‘증인’임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 각자가 부활의 증인으로서 세상 모든 곳에 나가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받았음을 깊이 새기는 것이다.


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예수 부활 대축일(요한 20,1-9)


▲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1. 십자가 죽음으로 모두가 망연자실한 가운데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장납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 모두 망연자실합니다. 때로는 울고불고 난리를 쳐대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복받치는 울음을 삼키면서 꼭두새벽에 예수님 무덤을 그렇게 찾아왔나 봅니다.

그런데 죽음으로써 만사가 끝장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막 죽음을 지나 새 삶이 시작됐습니다. 예수님 부활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이겨내셨습니다. 생명이 죽음에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인간의 죄가 가져온 죽음을 하느님이 사랑으로 이겨내고 부활을 가져온 것입니다.



2. 온 세상이 죽음을 거쳐 부활로 가네!


그러고 보니 세상은 온통 부활의 세상입니다. 우주에서 별들도 끊임없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나무도 겨울에 보면 완전히 죽었는데, 봄이면 그 나무에서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져 나오고 아름다운 꽃이 피고 가을이면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끊임없이 죽어감으로써 새로운 세포가 태어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이 유지됩니다. 생각해 보니 별들이 죽지 않으면 그렇게 많은 거대한 별들이 새로 태어나서 결국 우주가 초만원으로 폭발해 버리고 말 겁니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는 가운데 주님의 죽음과 부활은 지금도 우리 가운데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하나가 된 우리가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태어남을 맞이하면서 죽음을 맛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중심에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우리는 모여서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는 오로지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3. 겸손하게 우리 곁으로, 우리 안으로 다가온 부활

이 엄청난 부활은 우리에게 살며시 다가옵니다. 새벽녘 무덤가에서 사랑을 못 잊어 흐느껴 우는 그 여인들과 함께 침묵 속에서 옵니다. 학대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으며 걸어가신 그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최후를 맞으신 예수님은 부활하셔서도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오십니다. 겸손하게, 요란을 피우지 않으면서 우리 가운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오히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예수님에게도 부활은 선

예수님은 스스로 무덤에서 일어나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부활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성령과 함께 이뤄내신 것입니다. 아드님이신 예수님에게 성부와 성령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이 선물은 아드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위한 선물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신뢰를 하고 우리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을 넘어선 부활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아니,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된 부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일이면 함께 모여서 하느님께 예수님 부활을 찬미하고 우리의 부활에 대해 감사를 드리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부활의 능력을 지니신 하느님을 믿고, 누가 뭐라고 하든 진실하게 살아갑니다. 이렇게 이미 우리 가운데 이뤄지기 시작한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5. 부활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가장 큰 선물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사람이 되셨습니다. 우리를 죽도록 사랑하신 그 사랑은 십자가 죽음에서 증거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넘어선 그 겸손하고 진실한 사랑은 부활을 통해 우리 안에 영원히 숨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활을 믿고 오로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를 실천하면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