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여론사람들

[시사진단] 카리타스를 위한 시간(김성우 신부,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 소장 )

참 빛 사랑 2025. 1. 10. 14:57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상황은 참으로 절망스러웠다. 최소 약 320만 명의 군인과 약 250만 명의 민간인이 전쟁 기간 사망했으며, 부상자 수도 1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 국민들이 겪는 전쟁 트라우마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주거지의 40%가 이미 파괴되고 배고픔은 일상이 되는 등 인간으로서 살아갈 기본적 조건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승전국의 영토 조정으로 곳곳에 살던 독일인들이 독일 영토로 쫓겨왔으며, 거리에는 비를 피해 잠을 잘 곳조차 찾지 못하는 노숙인과 고아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당시 독일 카리타스 회장이었던 베네딕트 크로이츠(Benedikt Kreutz, 1879~1949)는 전국 카리타스인 대회(Caritastag)에서 바로 지금이 카리타스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즉 하느님 사랑에서 출발하는 교회 공동체의 조직적인 이웃사랑 실천인 ‘카리타스(Caritas)’를 더욱더 실천해야 하는 때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희망을 잃고 극심한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지만, 우리는 다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그리고 그 사랑을 증거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카리타스는 베네딕트 크로이츠의 말에 따라, 특별히 전쟁 난민들을 위한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사랑 실천을 전개했고, 독일 사회를 다시 일으키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는 12월 3일 생각지도 못한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혼란 그 자체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엄동설한 추위 속에 수만 명의 국민이 여의도에 모여 야광봉을 흔들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수고로움을 반복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핵이 가결되었지만, 이후에도 국내 정세는 전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무위원들은 국민들을 안심을 시키기 위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과 계엄령 선포의 후유증은 가뜩이나 삶의 무게를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몫이 되어 고난의 시간을 걷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자영업자폐업과 위축된 내수경기 속에서도 정치권은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의 설렘과 희망을 꿈꾸는 연말연시 분위기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교회와 독일 카리타스가 보여줬던 것처럼 어쩌면 한국 교회가 바로 지금, 하느님 사랑을 증거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평신도 교령에서는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하여 실제로 사도직을 수행한다. 이렇게 평신도들은 그 활동으로 현세 질서 안에서 그리스도를 분명하게 증언하며 인간 구원에 봉사한다. 세상 한가운데에서 세속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신도의 신분이므로 바로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불타올라 마치 누룩처럼 세상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름 받았다”(AA, 2항)는 우리 사명을 분명히 제시해줬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혼란한 현대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을 근원으로 하는 사랑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2025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는 주님의 자녀들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김성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