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반원 모양으로 앉은 21명의 새 추기경들에게 훈시하고 있다. OSV
신임 추기경 21명이 서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서임식에서 새 추기경들에게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두고 예수님처럼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며 교회 내 일치의 유대감을 강화하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달라”고 당부했다.
새 추기경 21명은 서임식을 통해 교황과 그 후임자들에게 순명할 것을 다짐했다. 교황이 2013년 즉위 후 추기경 서임식을 거행한 것은 이번이 10번째다.
교황은 이날 서임식 훈시에서 추기경단에게 “세속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주님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도 야고보와 요한이 그리스도께 ‘우리 가운데 하나를 당신의 오른편에, 다른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마르코 복음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명예와 권력의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주님을 향한 믿음이 인간적인 마음으로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주님 앞에서 진실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주님께서는 자신을 희생하시어 모든 사람이 같은 아버지의 자녀로서, 서로 형제자매로 볼 수 있도록 ‘적대감의 벽’을 허물어주셨다”며 “이러한 이유로 주님께서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지니며 교회의 보편성을 대표하는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주님으로부터 형제애의 증인이자 친교의 장인, 일치의 건설자가 되도록 부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임식을 통해 추기경을 배출한 국가는 17개국에 달한다. 아시아 교회에서는 일본 기쿠치 이사오(도쿄대교구장) 추기경과 이란 도미니크 조셉 마티우(테헤란-이스파한대교구장) 추기경, 인도 출신의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교황청 국무원 교황 순방 담당) 추기경, 필리핀의 파블로 비르질료 시옹코 데이빗(칼루칸교구장) 추기경 등 4명이 탄생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와 세르비아·페루·아르헨티나·에콰도르·칠레·브라질·코트디부아르·알제리·캐나다·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새 추기경이 나왔다. 보편 교회의 얼굴이 더욱 다양해진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새 추기경 서임식에서 시로-말라바 가톨릭 교회의 일원이자 교황청 외교관인 쿠바카드 추기경에게 순명 서약을 받고 있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바이초크 추기경에게 동방 교회 전통 머리 장식인 '쿠쿨레온'을 씌우고 있다. OSV
다양한 지역 교회의 문화와 전통을 아우르는 보편 교회답게 신임 추기경 중 4명은 이날 전통적 추기경 의상인 붉은 수단을 입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그리스 가톨릭교회의 미콜라 비초크(호주 멜버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교구) 추기경과 시로-말라바 가톨릭교회 출신인 쿠바카드 추기경은 각 교회 전통 수단을 착용했다.
또 도미니코회 출신인 티모시 래드클리프 추기경과 장 폴 베스코(알제리 알지에르대교구장) 추기경은 흰 수단을 입고 서임식에 임했다. 교황은 라틴교회 예식을 따른 새 추기경들에게 주케토와 빨간색 비레타(사제 각모), 추기경 반지를 전했다. 또 동방 교회 예식을 따른 비초크·쿠바카드 추기경에게는 각각 동방 교회의 전통 머리 장식인 ‘쿠쿨레온(koukoulion)’과 시로-말라바 교회 예식을 따른 붉은 모자를 수여했다.
이로써 전 세계 추기경단은 253명이 됐다. 이 가운데 140명이 교황 선출 투표권을 지닌 80세 미만 추기경이다.
이날 교황은 오른쪽 뺨과 턱 아랫부분에 큰 멍이 든 채로 서임식을 주례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6일 아침에 일어나다 침대 옆 탁자에 턱을 부딪쳤다”면서 “멍이 든 것 외에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 이상설을 부인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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