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이 1일 참회예식에서 자연을 사막으로 만들어버리고, 과거 원주민을 착취한 데 대해 용서를 구하고 있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종착점을 앞두고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다.
시노드 제2회기 개막 하루 전날인 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참회예식에서다. ‘함께 걷는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 소집된 주교 시노드는 이달 27일 제2회기를 끝으로 3년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허리 굽혀 상처 치유해야
이날 참회예식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추기경 7명이 차례로 앞에 나와 교회가 범한 죄와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바쳤다. 기도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작성했다. 교회 구성원들이 지은 죄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교황은 “교회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또 우리의 죄로 인해 생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지(bend down to) 않고 어떻게 선교에 신뢰를 줄 수 있겠느냐”면서 참회의 시간을 이끌었다.
고위 성직자들이 고백한 과오는 크게 7가지다. △미성년자 성학대 △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용기 부족 △교회 내 여성의 재능과 헌신에 대한 몰이해 △(엄격한) 교리로 타인에게 돌팔매질한 것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무관심 △세례받은 모든 이의 존엄성과 역할을 무시한 것(성직주의)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부족 등이다.
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세계 곳곳에서 드러난 잘못이라 세계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도 이런 잘못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후유증을 앓는 지역 교회가 적지 않다.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은 “성직과 봉헌생활이라는 조건을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죄를 지은 이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했다. 오말리 추기경은 “미성년자와 취약한 이들에게 가해진 성학대를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고 고통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릴 때 성직자에게 성학대를 당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평신도 로렌스씨가 증언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고발은 무시 또는 은폐되고 은밀히 처리됐다”며 “교회 당국의 투명성과 책임감 부족으로 인해 생존자들의 신뢰가 깨지고, 피해자들의 치유 여정은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조셉 패럴 추기경은 교회가 여성의 존엄성을 적극 옹호하지 못한 데 대해 참회했다. 패럴 추기경은 특히 “가족(이혼 가정)의 연약함과 상처를 판단하고 정죄한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청했다.
세계적 신학자인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은 ‘함께 걷는’ 교회 건설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 한탄했다. 그는 “권위가 권력으로 변질해 다수를 질식시키고,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형제자매들이 선교 사명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뿌리 깊은 성직주의에 대해 참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 뭄바이대교구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민족과 국가 간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지 못한 점을 거론했다. 그는 “평화를 이루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며 “만남과 합의에는 ‘예’(Yes), 분쟁과 도발에는 ‘아니오’(No)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크리스토발 로메로 대주교는 교회 구성원들, 특히 “굶주린 사람의 빵을 훔치는 죄악으로 제단을 장식하는” 성직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외면한 데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함께 걷기 원하면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교황은 강론에서 “우리의 실수와 죄로 인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피가 흐르는 상처를 치유하고, 또 악의 사슬을 끊기 위해”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하고 용서받아 친교를 회복하지 않고 어떻게 함께 걷기를 원하는가”라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참회 여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죄의 고백과 참회는 교황의 직무활동 열쇳말 가운데 하나다. 2년 전 전쟁 종식을 위한 참회예식에서도 “우리의 죄에 대한 부끄러움은 아버지의 따뜻한 포옹을 체험하는 자리”라며 “참회의 핵심은 우리의 죄가 아니라 하느님의 용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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