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신부가 동검도에 채플을 지은 것에는 이끌림이 있었다.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에 있을 때 강화도에서 1년을 살았는데 그때 동검도에 와보고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채플을 짓기로 결정하고 1년 전 어느 날 다시 이곳을 보고 30분 만에 마음을 굳혔다. 동검도는 조 신부가 꿈꿔왔던 장소였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고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소리 없이 들어오고 나갔으며 낮은 산, 작은 포구, 모든 것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가오는 곳이었다. “아직도 태고의 고요가 깃든 이 섬은 그 무엇도 유명하거나 돋보이는 것이 없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작은 섬입니다. 그래서 동검도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의 실상을 일깨워 주는 곳입니다.” 조 신부는 동검도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은혜롭고 감사했다.

동검도 채플을 만드는 일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 개신교 신자, 불교 신자들도 마음을 보탰다. 종교와 이념을 초월한 동검도 채플이 지향하는 바와도 맞아 떨어졌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보편적인 문화영성적인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호응도 컸다.
조 신부는 “동검도 채플이 영성적이고 문화적인 역할을 하면 좋겠다”며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종교를 초월해 기도하고 함께 모여 유기적으로 소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검도 채플이 영적인 쉼터가 돼서 제2, 제3의 채플이 생기면 좋겠다”고 바랐다.
“문이 있지만 언제나 열려 있는 이곳은 주인이 없는 집입니다. 굳이 주인을 찾으면 이 집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당신이 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이 집은 당신의 집입니다. 고요와 침묵과 경건함으로 비워진 이 공간이 당신에게 기쁨과 평화로 채워지는 ‘영혼의 쉼터’가 되길 빕니다.”
한편 동검도 채플 옆에 자리한 채플 갤러리에서는 조광호 신부의 유리화 작품전이 열린다. 갤러리 개관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조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문의 : 010-8876-2525, 채플 갤러리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