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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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침묵 여정에서 만나는 하느님의 거룩한 사랑

참 빛 사랑 2022. 3. 9. 15:38

봉쇄수도원 수사들의 침묵에 대한 단상주님과 일치를 꿈꾸는 이들에게 귀감

 
 
 

그들은 침묵으로 말한다

오귀스탱 길르랑 지음ㆍ김상현 옮김 / 생활성서





소음으로부터 떠날 수 없는 일상. 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많은 소리들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의 내면도 조용하지 않다. ‘침묵과 고독’을 삶의 근본으로 추구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철저하게 봉쇄되어 살아가는 카르투시오회 수도승들이다.

이 책은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의 침묵 안에서 영적인 삶의 정점에 도달하여 끊임없이 그곳에 머물렀던 한 수도승의 편지다. 1877년 프랑스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1900년 사제품을 받은 오귀스탱 길르랑은 1916년 스위스의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에 입회한 후 1945년에 선종했다. 그가 선종한 후 많은 이들의 요청에 따라 그의 글들이 조심스럽게 수집되고 발췌되어 출간됐다. 봉쇄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침묵과 고독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편지 형식의 단상이다.

저자가 말하는 침묵은 망각과 공허, 혹은 죽음과 부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침묵은 충만함을 지닌 ‘실재’이며, 새로운 탄생의 기원이다. 말씀을 낳는 침묵은 영혼의 깊은 심연에 자리하고 있어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

길르랑 수사는 삶을 이루는 모든 괴로움은 본래 미미한 것으로, 영혼의 표면이 조금 산란해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깊은 곳은 변함없이 그대로 고요하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평화가 다스리는 그 깊은 곳에서 충분히 살지 못하고, 동요를 일으키는 표면에 너무 많이 기대어 살아갑니다.”(31쪽) 그러면서 그는 평화가 다스리는 깊은 그곳에, 우리 카르투시안의 고요함과 기쁨에 관한 참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렇다고 카르투시안들에게 상처와 상심한 감정이 일으키는 일상의 동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여전히 일상의 괴로움 안에 있다고 고백한다. 다만, 일상의 괴로움과 상처받은 감정에 자신이 휘둘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솟아나 휘둘리는 부분을 끊임없이 다스리며, 영혼의 평화를 보존하는 곳에서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영적인 삶의 경지에 이른 저자의 편지를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내적 소음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지 반추하게 된다. 침묵의 여정에서 영적으로 단련된 수도승의 단상은 묵직한 평화의 담론을 펼쳐낸다. 길르랑 수사의 하느님 사랑의 표지인 고통, 내적인 평화ㆍ조화로운 삶의 비결에 대한 단상들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자신의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진정한 형태의 겸손이며, 일상에서 오는 사소한 일들로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도록 단지 ‘사랑의 하느님’을 바라보라고 권유한다. 삶에서 겪는 어려움의 원인과 상황은 단지 하느님을 바라보게 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깨닫고 있는 것보다, 그리고 우리가 되돌려 갚아 드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약함은 사랑에 있어 장애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 맺어진 관계 안에서는, 약함이 무한한 능력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약함 안에서, 기도 안에서, 그리고 온전히 하느님께 속하고자 하는 소망 안에서, 일치된 상태로 머물도록 합시다.”(39-40쪽)

옮긴이 이상현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카르투시안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인 의지를 다른 무엇이 아닌 성화를 위해 사용한다”며 “이 성화는 거룩한 사랑을 원하며, 이는 사랑에서 비롯되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를 원한다”고 말했다. 즉 카르투시안은 모든 것을 봉헌하며 무한하고 영원한 것을 원하는 이들이다. 역자는 서강대학교에서 법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후 카르투시오회 미국 수도원에서 식별 피정을 마치고 한국 카르투시오회에 수도승이 되었다가 혼인 성소의 삶을 살고 있다. 카루트시오회 문헌과 영성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안동교구 전 교구장 두봉 주교와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이 책을 추천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