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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격동의 한국 교회를 굳건히 버틴 두 주교

참 빛 사랑 2022. 5. 3. 20:59

한국 교회의 두 거목 윤공희 대주교·김창렬 주교, 잇달아 책 출간

▲ 한국 교회의 두 거목, 윤공희 대주교(왼쪽)와 김창렬 주교가 잇달아 책을 출간했다.
 
 
“덕원 시절 신학교 숲을 이루던 나무들이 떠오른다. 올해도 가지마다 새싹을 피우고 푸른 잎을 달고 나뭇가지는 하늘로 자라고 있을 것이다. 북한 지역 어디에선가 숨어 있을 교우들의 믿음도 그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옥토에 떨어진 씨앗은 땅속 깊은 곳에서도 씨눈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 북녘땅에서 주님을 찾는 기도 소리도 결코 끊어지는 일 없이 이어지고 있으리라.”(윤공희 대주교)

“생각건대, 내가 생존하는 것이 기적이 아닐지라도 기적 같은 일임은 틀림없을 성싶다. 그동안 혼자 간직하고 살아온 일을 공개하는 것이 어떨는지 주님의 뜻을 살펴보니, 그분께서는 사람들이 ‘받는 너’를 보지 말고 ‘주는 나’를 보게 하라 하셨다. 이는 뜰의 잔디를 바라보듯 무심히 삶을 누리고 있는 나에게가 아니라, 악조건 하에서도 평연히 생존하는 은혜를 베푸시는 당신께로 이목을 끌게 하시려 함이다.”(김창렬 주교)


초대 수원교구장이자 제7대 광주대교구장을 지낸 윤공희 대주교와 제3대 제주교구장을 지낸 김창렬 주교가 나란히 책을 선보였다. 윤 대주교는 기억 속에 살아있는 북녘 교회에 관한 구술사 「윤공희 대주교의 북한 교회 이야기」(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를, 김 주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유언 삼아 남긴 소박한 묵상집 「잡록과 낙수」(가톨릭출판사)를 출간했다.



윤공희 대주교의 북한 교회이야기 / 구술 윤공희 대주교ㆍ글 권은정 /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백수 맞아 펴낸 북녘 교회 관한 구술사


1924년 11월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난 윤 대주교는 격동의 한 세기를 살아낸 한국 교회 최고령 성직자로, 올해 백수(99세)를 맞는다. 「윤공희 대주교의 북한 교회 이야기」는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가 기획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 구술사 채록’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지난해 3월부터 매달 광주가톨릭대학교 주교관에서 구술 작업이 진행됐고, 여덟 차례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종 사료와 논문으로 내용을 보완해 1년간의 출간 작업이 마무리됐다.

책은 평안남도 진남포성당에서 복사를 섰던 8살 소년의 시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리놀회가 평양교구에 진출하면서 진남포성당에도 외국인 신부가 사목을 했다. 성당에서 복사를 섰던 윤 대주교는 일제의 폐교 위협에도 학교를 지키고, 신사참배를 거부한 신부님을 보며 사제의 꿈을 품는다. 진남포본당이 운영하던 해성학교에서 교리공부를 한 윤 대주교는 서포 예비 신학교와 덕원신학교에 진학해 사제 성소의 꿈을 키워갔다.

해방 후에는 기쁨도 찰나, 교회는 북한 정권으로부터 모진 수난을 당했고, 일본군이 진을 치고 있던 신학교 운동장에는 소련군이 들어왔다. 일제에 빼앗긴 성전을 다시 짓는 일도 공산당의 방해와 압력으로 중단되는 일들을 목격해야 했다. 북한 지역에 종교 탄압이 심해지면서, 수도자들이 줄줄이 연행됐다. 그리고 그는 평양교구의 존립을 위해 1950년 1월 목숨을 걸고 38선을 넘는다. 그가 겪어낸 한 세기의 삶에는 굴곡진 한반도의 역사, 한국 교회가 경험해야 했던 수난 역사가 알알이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그는 온화한 미소로 “모든 순간, 삶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추천사에서 “윤 대주교님의 구술사 책을 읽으며 하느님의 섭리와 우리 민족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며 “이는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노력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잡록과 낙수 / 김창렬 주교 지음 / 가톨릭출판사

95세 생일에 맞춰 펴낸 묵상집

「잡록과 낙수」는 제주에 있는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 자연을 벗 삼아 은수자로 사는 김창렬 주교가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하느님만을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쓴 글이다. 95세 생일에 맞춰 펴낸 책으로,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글로 풀어냈다. 제주의 바람과 햇살은 덤이다.

1983년 제주교구장으로 임명돼 2002년 은퇴한 김 주교는 매일을 묵상과 기도로 보낸다. 그가 책을 펴낸 까닭은 “삶을 주님이 마련하신 하나의 영혼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책은 잡록(雜錄)과 낙수(落穗) 두 장으로 구성했으며, 단순하고 짤막한 글이지만 이삭을 줍듯 반짝이는 짧은 글이기를 바라는 염원을 제목으로 담았다.

김 주교는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1953년 서울교구 사제로 서품됐다. 성신중ㆍ고등학교 교사로 활동했으며, 라테라노대학에서 윤리신학을, 미국 뉴욕대학에서 신문학을 공부했다. 저서로 「못자리로 띄운 답장」, 「은수잡록」 등이 있다.

“내가 하느님께 무엇을 드릴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없다. 그분은 모든 것을 완전히 갖추신 분이다. 내가 그분께 영광을 드린다는 것은 그분의 영광에 무엇을 보태드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그분의 도움으로 그분을 잊지 않고 사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그분께 영광을 드린다는 의미는 내가 하느님에게서 거저 받는 위치에 있음을 깨닫고 기억하며 사는 것이다.”(108쪽)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