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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자들, 성당 재건축 요청하다 '구속'... 인권 단체들 석방 촉구

참 빛 사랑 2022. 4. 8. 20:38

화재로 훼손된 성 요셉 성당, 재건축 요청했지만 철거 허가서만 나와... 관공서 앞 연좌시위한 9명 '테러혐의'로 연행

▲ 한 수녀가 2016년 12월 12일 폭탄 테러를 당한 카이로의 성 마르코 콥트 대성당에서 망연자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테러로 25명이 사망하고 여성과 어린이 수 십명이 다쳤다. [CNS 자료사진]
 
 

이집트 인권 단체들이 성당 재건축 허가 지연에 항의하다 구속된 신자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EIPR은 “정부와 사법 당국은 구금 중인 주민들을 즉시 석방하고 재건축 허가서를 내줘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건축 허가 신청서를 이유 없이 뭉갠 것이야말로 불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IPR에 따르면 2016년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260㎞ 떨어진 민야지방에 있는 성 요셉 성당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성 요셉 성당은 그 지역 그리스도인 800여 명이 이용하는 유일한 콥트(Coptic) 정교회 성당이다.
 

성당은 심하게 훼손돼 헐고 다시 지어야 했다. 신자들은 재건축을 위해 행정기관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철거 허가서는 쏜살같이 나왔다. 하지만 건축 허가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이삭 이브라힘 EIPR 종교자유분과 간사는 “개정된 교회 건축법상 행정기관은 서류 접수 4개월 이내에 건축 허가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다리다 지친 신자들이 지난 1월 22일 관공서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일주일 뒤 경찰이 시위에 앞장선 9명을 연행해갔다. 그들은 현재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죄목은 집시법 위반과 테러 혐의다.
 

국제 앰네스티는 그들에게 적용된 테러 혐의는 ‘부풀려진 거짓(bogus)’이라고 강조했다. 또 “피의자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수갑을 찬 채 변호사 배석 없이 조사를 받았다”며 “가족들은 그들의 행방과 생사조차 알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이슬람교도가 다수를 차지한다. 콥트 교인은 인구의 약 10%다. 콥트 정교회는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하는 단성론(單性論)을 신봉하다 5세기에 동서방 교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독자적 전례를 간직해오고 있다.
 

콥트 교회는 2016년 법 개정 전까지 이슬람 오스만 제국 시절의 종교 건축물 규제를 받아왔다. 교회 수리와 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성 요셉 성당 화재의 경우, 신자들은 파괴를 일삼는 극단주의자들을 방화범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봐야 별 소득이 없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다.  
 

콥트 교회는 중동에서 이슬람이 발흥한 이래 ‘박해받는 교회’의 아이콘이 됐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대표적 희생자다. 잊을만하면 성당 방화와 테러가 발생한다. 2015년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해변에서 주황색 죄수복을 입힌 인질 21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유포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그때 희생된 이들이 모두 콥트인이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이집트를 사목 방문했을 때 ‘종교 간 대화와 공존’을 수차례 호소했다.
 

“종교 지도자들인 우리는 가짜 종교성을 둘러 입고, 절대자를 향해 진정으로 열려있음이 아니라, 이기심의 절대화에 편승한 폭력의 가면을 벗기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반하는 폭력을 고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증오를 정당화시키는 시도들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하느님에 대한 거짓된 우상이라고 단죄해야 합니다.”(2017년 4월 28일 이집트 사목 방문 연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