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중단 영향에 지역교회 헌금 대폭 감소... 교황청 ‘바티칸 시국 법률’ 제18조 개정, 자원봉사단체 금융 활동 보고 의무화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월 21일 교황청 관료들과 성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추기경의 인사를 받고 있다. 교황은 이날 재정 개혁을 포함한 교황청 개혁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바티칸=CNS】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발이 묶였다. 예정됐던 몰타,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사목 방문을 아쉽게도 취소해야 했다.
대신 교황은 ‘바티칸콕’을 하면서 교황청 재정과 조직 개혁에 몰두했다. 서방의 한 언론은 이를 두고 “교황은 2020년 한 해 ‘집안 청소’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표현했다.
현재 교황청은 몇 가지 중요한 재정적 곤경에 처해 있다. 미국 가톨릭매체 CRUX 보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적자가 6000만 달러(한화 662억 원)에 달한다. 교황청에서 일하는 성직자와 직원들의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와 연금 지출도 만만치 않다.
교황청의 주 수입원은 지역교회에서 보내주는 헌금과 기부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지역교회 헌금이 대폭 줄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중단한 곳이 대부분이라 본당과 교구도 재정난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고위 성직자가 교황청 재정을 엉뚱한 곳에 투자하는 등 편법 유용해 큰 손실을 본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해당 성직자는 매우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교황은 지난해 봄부터 재정 개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다.
교황청은 지난 10월 ‘바티칸 시국 법률’ 제18호 개정안 발표했다. 자금 세탁 방지 및 테러 자금 조달 퇴치에 관한 5차 유럽연합 지침 및 4차 지침과 관련된 일부 규칙을 수용한 것인데, 목적은 바티칸 자금을 더욱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것이다. 교황은 유럽평의회 ‘머니발(Moneyval) 위원회’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18호 개정안과 관련해 “교회 단체의 문제들에 대한 (재정 개혁의) 확고한 의지를 내외부 관찰자 모두에게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금융 감독 시스템으로 교황청 재정 현황을 들여다봐도 문제 될 게 없을 만큼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서 8월에는 바티칸 시국 내의 자원봉사단체들과 법인단체들의 의심스러운 금융 활동을 바티칸 재무정보국 책임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6월에는 보다 효과적인 자원관리와 공공계약 체결 절차의 투명성, 감독 및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자의교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교회 헌금이건 국가 예산이건, 소중한 공금을 유용하는 데 민감하게 반응한다. 머니발 위원들과 만났을 때도 “인류라는 신성한 성전에서 ‘상인들’의 투기(投機)를 방지하기 위한 깨끗한 재정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금의 “신중한 관리와 효과적 통제는 법적 의무일 뿐 아니라 도덕적 의무”라고도 했다.
교황은 지난 12월 21일 교황청 관료들과 성탄 인사를 나누면서 “교회 개혁을 헌 옷에 새 천 조각을 대고 꿰매듯이(루카 5,36 참조) 생각하거나, 혹은 단순히 새 교황령을 작성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 개혁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연약함이 복음 선포에 방해되지” 않도록 노력과 책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세계교회(국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황, 교회 기금 관리권 ‘교황청 사도좌재산관리처’(APSA)로 이관 (0) | 2021.01.07 |
---|---|
나이지리아 주교, 무장괴한에 납치됐다 풀려나 (0) | 2021.01.07 |
교황 3월 이라크 사목 방문, 서아시아 교회 전환점 될까 (0) | 2021.01.03 |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말말 (0) | 2021.01.01 |
미 주교단 “코로나19 백신 접종, 공동선 위한 사랑 행위” (0) | 2020.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