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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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국제)

불신과 분열 넘어 용서와 화해 통해 참 평화 이루자.

참 빛 사랑 2020. 1. 1. 21:05


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 ‘희망의 여정인 평화 :

대화와 화해와 생태적 회심’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8월 일본 원폭 피해 사실을 전하기 위해 바티칸을 찾은 일본 청년들을 만나 핵 위협의 폭력성을 전해 듣고, 평화의 당위성을 전달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세계 곳곳은 평화의 부재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랜 내전으로 정치·경제적으로 마비가 된 채 살고 있는 수단 국민들이 지난해 여름

민주주의 정착과 정치 부패 척결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S 자료사진】




매년 새해 첫날이면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교황의 메시지가 발표된다. ‘평화의 사도’로서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지구촌 모든 백성에게 전하는 특별 담화다. 올해 53번째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주제는 ‘희망의 여정인 평화 : 대화와 화해와 생태적 회심’. 어느 해보다 평화를 향한 당위성과 교황의 지론, 구체적인 평화 정착 방법론을 역설한 메시지가 7700여 글자로 구성된 40장(200자 원고지) 분량에 가득 담겼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평화는 소중한 선(善)입니다. 평화는 우리 희망의 대상이고 온 인류 가족의 열망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발표한 제5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이기심과 교만, 증오에서 비롯되는 사악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불관용에서 촉발된 각종 전쟁과 분쟁, 서로 무관심의 장벽에 갇힌 채 거짓 안보로 평화를 추구하려는 행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신하는 ‘평화의 일꾼’, ‘확신에 찬 증인’, ‘기억의 지킴이’가 돼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모든 전쟁은 형제 살해 행위와 같아

담화는 ①장애와 시련에 맞서는 희망의 여정인 평화 ②기억과 연대와 형제애에 기초한 경청의 여정인 평화 ③형제적 친교 안에서 이루는 화해의 여정인 평화 ④생태적 회심의 여정인 평화 ⑤우리는 희망하는 모든 것을 얻습니다란 주제의 5개 항으로 구성됐다.

교황은 첫 항에서 우리가 얼마나 분열된 삶을 살고 있는지 가감 없이 지적했다. 교황은 “국내외 분쟁의 참상은 흔히 무자비한 폭력으로 증폭되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며 “모든 전쟁은 인류 가족의 사명으로 새겨진 형제애를 파괴하는 일종의 형제 살해”라고 규정했다.

교황은 지난해 11월 일본 사목방문을 상기하며 “이 세상은 공포심과 불신으로 지탱되는 거짓 안보에 바탕을 두면서 안정과 평화를 수호하고 보장하려는 사악한 이분법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민족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모든 대화의 가능성을 가로막아 버린다”고 지적했다. 일본 사목방문을 통해 지구촌 핵 폐기를 역설했던 교황이 사실상 핵무기와 원전 발전을 고수하는 일본과 같은 국가들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아울러 교황은 “불신과 공포는 결코 평화의 관계로 이끌 수 없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며 “핵 억제도 신기루 같은 안보만 만들어낼 따름”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핵우산 정책 및 대북 제재가 자칫 폭력의 위험성을 증대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화의 일꾼, 기억의 지킴이가 필요하다

교황은 “서로 다른 견해와 이념을 뛰어넘어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확신에 찬 대화 없이는 참 평화에 다다를 수 없다”며 “배척이나 조작 없이 대화에 열려 있는 ‘평화의 일꾼’, 확신에 찬 증인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생존자들처럼 미래 세대가 과거의 사건을 잊지 않도록 하는 ‘기억의 지킴이’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교황은 경험의 열매인 기억이 평화 증진을 위한 밑바탕이자, 영감으로 작용하는 중요성을 재차 덧붙였다.



화해의 여정인 평화

교황은 용서와 화해를 통해 평화에 이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역설했다.

“화해의 여정은 용서하는 힘과 서로를 형제자매로 알아볼 역량을 우리의 마음속 깊은 데에서 발견하라는 초대입니다. 용서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힐 때, 평화의 사람이 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은 더욱 커집니다.”

아울러 “평화는 언제나 꾸준히 이룩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평화는 우리가 언제나 공동선을 추구하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며 법을 존중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생태적 회심의 여정인 평화

교황은 생태적 회심도 강조했다. 특히 ‘공동의 집’인 지구촌 자연이 착취당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생태적 회심을 통해 이웃, 피조물, 하느님과의 관계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교회는 지난해 10월 바티칸에서 개최한 ‘범 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아마존 시노드)를 통해 아마존 생태 보호와 원주민 인권 및 신앙생활 수호 등 아마존의 울부짖음에 경청하자는 데 공동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교황은 생태적 회심을 통해 자연 피조물과의 평화, 하느님과의 평화의 관계를 가져온다고 이른다. 이 생태적 회심은 결코 아마존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여전히 무분별한 개발을 일삼는 지구촌 곳곳에 전하는 메시지다.



평화를 희망해야 평화를 얻는다

“평화를 희망하지 않으면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교황은 기나긴 사회적 합의와 인고의 노력이 수반되더라도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 구성원이 서로 믿음과 지치지 않는 사랑으로 평화의 가능성을 희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를 향한 사회 구조의 전반적인 변화와 이웃과의 믿음을 강조한 이 부분은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면서도 이념 정쟁으로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교황은 평화를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을 재차 북돋웠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콜로 1,20). 화해의 성사는 우리가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이웃을 향해서든 피조물을 향해서든 모든 폭력 행위를 멀리하도록 요구합니다.”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지구촌 대륙 곳곳은 여전히 총성과 핍박, 종교 탄압, 가난으로 인해 울고 있다.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발생한 지구촌 난민이 7000만 명이 넘고, 세계인 10명 중 6명이 종교 박해를 당하고 있다. 70년 전 이념 전쟁이 낳은 분단의 고통은 한반도에도 지속되고 있다. 교황이 전하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향한 열망만이 모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