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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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26)휴대전화 고치면 그리운 엄마 목소리 들릴까.

참 빛 사랑 2018. 8. 5. 16:53





 “요것이 8남매 부모님 묘지요? 무연고 묘지요?” “우짜면 좋노!” “어떻게 이럴 수가~”

가족 단체 채팅 방에서 난리가 났다. 풀이 수북하게 자라있는 부모님 묘지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몇 시간이 흘렀을까? 깨끗하게 정비된 묘지 사진이 올라왔다. 작은 오빠가 혼자서 벌초를 한 것이다. 그러자 가족들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이런저런 글을 올렸다. “괜히 죄스럽잖아~”, “오늘 무척 덥던데, 더위에 수고하셨네”, “고생했겠네요. 죄송해요ㅠㅠ”

그런데 정작 사진을 올린 오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아무 반응이 없자 불안해졌나 보다. 성질 급한 언니가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근데 울 김회장님(오빠는 예총 회장이다)은 대화를 주고받지 않쿠 걍 일방통행여~ “혼자 풀을 깎다봉께 힘들었다”, “자식이 나 혼자냐”, “서운했다”, 아님 “나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고봉께 뿌듯하다” 뭐 그런거. 서로 감정을 주고받아야지, 관계라는 게 뭐여, 마음이잖아. 왜 말을 못해 왜 왜왜왜 에궁~~ ” 그러자 너도나도 “그러게요~”, “아빠는 원래 반응이 없어요~”, “말 좀 해요” 하며 왈가왈부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사진을 올렸던 작은 오빠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기분에 따라 오늘 하루를 보내다 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내가 쓴 글로 마음을 전합니다” 하면서 글을 이어갔다.

“이병률 시인의 여행 산문집을 새벽녘에 읽다가 눈물이 났다. ‘당신은 우리와 이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전화가 고장 난 것이다. 잠시 연락이 어려운 것이다’라는 이야기에 한동안 잊고 있던 엄마 생각이 났다. 많은 유품 중에 엄마가 쓰시던 휴대전화기만 유독 마음이 쏠려 내가 가져왔다. 언제고 잘 고쳐 쓰면 그리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 거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를 뵈러 가야겠다. 잡초가 많이 자라서 어쩌면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지. 아니나 다를까. 무성하게 풀이 자라있는 산소를 보고 무심한 나를 자책했다. ‘못된 놈, 불효자식.’ 무더위에 자학하며 정신없이 풀을 뽑았다. 커다란 땀방울이 풀과 흙 속으로 뚝뚝 떨어졌다. 눈 속으로 따갑게 파고들었다. 쓰렸다. 그냥 기억이 아프고 저려왔다.”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가족들도 놀랐는지 자성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그랬구나. 마음이 먹먹합니다요”, “카톡이란 것이 목소리도 표정도 없으니 쉽게 판단했네요”, “그래요.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미안합니다” 아빠를 깎아내렸던 아들도 “아빠 효심을 반만이라도 따라가야겠어요.”

이렇게 우리 가족은 ‘고치면 들릴 것 같은’ 엄마의 목소리를 찾아 방황하는 오빠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숨 가쁜 소통을 이어갔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막내가 나타났다. “엄마의 휴대전화 명의가 나에요. 그런데 아직도 해지를 못 하고 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지 8년이 넘었는데. 결국 눈 속에 애써 감춰두었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며칠 후면 어머니 기일이다. 늘 그러했듯이 이맘때면 장대비가 오거나 아니면 묘지 앞에서 서 있기조차 힘들 만큼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할 것이다. 휴대전화기를 잘 고쳐 쓰면 들릴 그리운 엄마의 목소리가 가족의 누군가를 통해 들릴지 모르니까.

죽음과 삶 그리고 마음과 채팅을 오가며,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을 넘나들면서 우리는 계속 소통할 것이다. 가족이라 그렇다.

 

성찰하기

1. 가족 간의 소통을 위해 SNS를 잘 활용하면서 좋은 일도 힘든 일도 함께 나눠요.

2. 하지만 목소리도 톤도 표정도 볼 수 없으니 오해의 소지가 되는 ‘네 탓’은 금물. 부정적인 감정은 직접 진솔하게 말해줘요.

3. 말 한마디에도 예의를 담아요. 사랑하기에 상처가 더 깊을 수도 있으니까요.

4. 가족이기에 맘 놓고 자랑하는데 가까워서 그런지 질투가 생겨요. 그럴 때 나보다 형제를 높게 여기며 축복 기도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