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위령성월 맞아 매장과 화장에 관한 새 문헌 발표
교회는 전통적으로 죽은 이의 매장을 권장하지만, 그렇다고 화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화장하고 나서 유골(재)을 땅이나 바다에 뿌리거나 유품처럼 집에 보관하는 것은 육신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교 신앙에 어긋난다. 재는 묘지나 성당, 혹은 교회가 인가한 봉안당 등 성스러운 장소에 모셔야 한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그리스도인의 매장과 화장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담아 10월 25일 발표한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Ad resurgendum cum Christo)의 주요 내용이다.
교황청은 묘지난과 위생적, 경제적 이유로 급증하는 화장이 “영혼의 무한성에 대한 그리스도교 교의나 육신의 부활에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화장과 관련해 몇 가지 새로운 지침을 내놨다.
먼저, 화장 후 남은 재를 자연에 뿌리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죽음을 어머니 자연과 하나가 된다거나 완전한 소멸이라고 여기는 범신론과 자연주의, 혹은 허무주의와 관련이 있다. 문헌은 이런 사상을 ‘신앙에 반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규정했다. 죽음을 육체의 감옥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죽은 이가 유언을 통해 재를 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더라도 교회는 그 요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훈령은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주교회의가 발간한 「상장예식」에는 산골(散骨) 때 바치는 기도문이 들어 있다. “오늘 저희가 아무개의 육신을 화장하여 이곳에 뿌리오니…”라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관계자는 “교황청 훈령에 맞춰 「상장예식」 개정 작업 때 산골 부분을 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훈령은 또 지역 문화 특성 때문에 주교회의가 예외를 인정할 수는 있지만, 일반 가정집에 유골을 모셔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지상 순례를 마치고 하늘나라에서 축복받은 이의 유골은 교회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문헌은 재를 성당 묘지나 봉안당 등 거룩한 장소에 모시라고 권했다.
그게 망자에 대한 존경이고, 그렇게 해야 공동체와 자손들의 기도에서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문헌 발표 기자회견에서 성인들의 유골이 여러 곳에 분산돼 보관, 안치된 데 대해 신앙교리성 자문역 앙헬 로드리게스 류뇨 몬시뇰은 “교회가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새 지침에 따라) 철관이나 시멘트 안에 묻혀 있는 성해(聖骸)를 파내 합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건으로 세워진 그리스도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라 부활해 영원한 삶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믿기에 2000년 동안 매장을 권장해왔다. 죽음은 하느님께 나가는 관문이기에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는 게 교회의 죽음관이다. 그래서 신앙인은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교회는 늘어나는 화장 추세를 반영해 1963년 ‘교의와 교회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화장을 허용했다.
한편, 보건복지가 최근 발표한 화장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률은 처음으로 선진국 수준인 80%를 넘어섰다. 1994년 20.5%이던 화장률이 20여 년 사이에 약 4배 증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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