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세계교회(국제)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해설] 5.제2장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 ① (31~37항)

참 빛 사랑 2016. 8. 7. 12:33





혼인과 가정의 구체적 실상에 초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씀의 빛 안에서’라는 제목의 제1장에서 성경의 혼인 및 가정생활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일별하면서 그리스도교적 혼인과 가정의 참된 의미를 성찰했다. 교황은 ‘가정들의 체험과 도전’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 오늘날 가정들이 체험하는 다양한 실상을 짚고(32~49항) 가정들이 직면하고 있는 또는 극복해야 하는 몇 가지 도전들을 언급한다(50~57항).

이 장은 혼인과 가정의 구체적 실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한다. “성령의 부르심과 요구는 역사의 사건들에서 울려 퍼지기” 때문이고, 또 이 역사의 사건들을 통해 교회는 “혼인과 가정의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31항).



교황은 우선 오늘날 가정들에서 상반된 결과 혹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두드러진 현상에 주목한다. 그것은 “자유의 향유”다. 가정에서 부부는 책임과 의무와 역할에 대한 훨씬 더 공평한 분담을 통해 더 큰 자유를 누린다. 특히 배우자 사이의 인격적 소통의 강화는 더욱 인간다운 가정을 꾸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32항).

하지만 이 자유의 신장은 또한 가정의 유대를 깨뜨리고 가족의 공동체성보다 개인을 더욱 중시하는 극단적 개인주의로 치닫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이런 개인주의 문화는 대화의 단절,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의 부족으로 연결돼 불화를 낳을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혼인과 가정생활 자체를 거추장스럽게 여겨 혼인하는 대신 독신으로 살거나 서로 필요한 경우에만 함께 지내는 현상도 늘고 있다(33항).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배타성(부부 두 사람만의 관계)과 안정성(평생의 동반자)을 특징으로 하는 혼인의 이상은 불편하다거나 싫증 난다고 여겨질 때마다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교황은 중요한 성찰을 한다. 개인주의와 편의주의가 시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그리스도교적 혼인의 가치를 옹호하는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런 시대적 조류를 악하다고 규탄만 하고 혼인과 가정에 관한 규정들을 순전히 권위에 입각해 강제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더욱 책임 있고 관대한 노력으로 혼인과 가정을 선택하는 근거와 동기를 제시하고 그리하여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에 더 잘 응답하게 하는 것”(35항)이라고 교황은 강조한다.

나아가 교황은 “우리는 또한 겸손해야 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때로는 그리스도교의 신념들을 제시하는 또 다른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이 오늘의 문제 있는 상황에 기여하도록 도와주었음을 인정해야 한다”(36항)고 밝힌다. 말하자면 ‘건전한 자기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황의 이런 지적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이 「사목헌장」에서 무신론과 관련해 성찰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신앙인들이 신앙 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교리를 잘못 제시하거나 종교, 윤리, 사회생활에서 결점을 드러내어 하느님과 종교의 참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려 버린다면 신앙인들은 이 무신론의 발생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사목헌장」 19항).

그러면 혼인과 가정에서 반성적으로 성찰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①거의 배타적으로 (자녀) 출산의 의무만을 주장함으로써 부부 결합의 의미, 사랑 안에서 성장해야 할 혼인의 소명, 서로 도와야 한다는 혼인의 이상 같은 것들이 오히려 그늘에 가려지게 된 것은 아닐까.

②젊은 부부의 인생 계획표, 그들의 사고방식 및 구체적 관심사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을 지도해 온 것은 아닐까.

③때로는 실제 가정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실천 가능성과는 동떨어져, 혼인에 관해 아주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거의 작위적인 신학적 이상을 제시한 것은 아닐까(36항).

교황의 이런 자기 비판적 성찰의 핵심은 이어오는 항에서 확인된다. ‘신자 가정들에 은총에 열려 있으라고 격려하지는 않고 단지 교리적 생명윤리적 도덕적 쟁점들을 강조하는 것으로 혼인의 유대와 혼인 생활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도와주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37항).

그래서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신자들의) 양심을 형성하라는 소명을 받았지 신자들의 양심을 대체하라는 소명을 받지 않았습니다.” 교회 가르침을 주입하고 지시하는 것 이상으로 은총에 열려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