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이행을 위한 전국모임에 함께한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와 수도자 및 평신도 대표 21명은 2월 19일 시노달리타스의 결실들을 교구와 본당·수도회·신심 사도직 단체·교회 기관 등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실천 방향을 모색했다. 앞서 시노달리타스 실천 사례와 체험을 나누고, 그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 교회에 ‘시노드 정신’이 살아 숨 쉬려면
“실질적인 시노달리타스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안건을 정리하는 회의 방식이 아니라 함께 모여 앉아서 대화하는 방식을 이뤄가기 위해 주교단·사제단·수도자·평신도 대표들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와 방식이 마련되면 좋겠다.”(광주대교구)
“시노달리타스를 교육하고 홍보하는 전국 단위의 기구 설립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 인구 쏠림과 노령화가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모든 교구가 개별적으로 시노달리타스 교육과 안내를 전담할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기 힘들다.”(대구대교구)
“그리스도교적으로 대화하고 경청하고 식별하고 친교를 살아가는 시노드 스타일을 확산시켜야 한다. 교구들이 서로 협력하고 주교회의가 봉사하여 시노드 정신이 확산되도록 ‘시노달리타스 학교’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부산교구)
“교구별로 모임 진행자를 양성하는 시노달리타스 교육을 하되 한국 교회 차원의 공통된 사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성령 안에서 대화’ 절차를 통합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서울대교구)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들은 시노드 교회를 위해 교구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실천사항과 전국 차원에서 실행되길 바라는 협력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춘천교구 홍보실장 김도형 신부는 사례 발표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성령 안에서 대화’가 교회의 일상적인 문화로 자연스럽게 조성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성령 안에서 대화’가 지니고 있는 담대한 발언과 경청의 요소를 교회의 모든 대화법의 근간으로 삼는 ‘시노드적 대화의 일상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춘천교구는 2024년 추계 사제 연수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주제로 시노드적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노드적 절차를 통해 공동체 평신도들이 적극 참여하며, 시노드적 자문 기구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교구와 본당의 ‘사목 평의회’를 구성하고, 실제 운영하는 등 가시적 실천을 이어갔다.
광주대교구 사무국장 양요섭 신부는 사례 발표에서 “주교단·사제단·평신도 대표들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자리와 방식이 마련되면 더 실질적인 시노달리타스를 체험하고 실현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신부는 “교구 간 협력을 통해 사목자(사제·수도자)와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고, 특별히 평신도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하고 각 교구에서 활용하도록 확산시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교회 시노드 여정에 대한 성찰
보편 교회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2회기에 걸쳐 진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4년 10월 「최종 문서」를 채택함으로써 ‘거행 단계’를 마무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년간 이어진 시노드 총회 여정을 마무리하며 “복음 말씀을 따라가며 세상의 거리를 걷는 선교하는 교회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하며, 시노드 총회 여정의 끝은 시노드 정신이 널리 체현되는 새로운 시작임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최종 문서」에 포함된 지침들을 지역의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고려해 실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2024년 12월 9일 시노드의 준비와 거행 단계에서 이루어진 것들이 한국 교회 안에서 어떻게 열매 맺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은 상황에서 전국 모임을 열기로 했다.
이날 21명의 참가자는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김영식(서울대교구 행운동본당 주임) 신부가 안내하는 ‘성령 안에서 대화’에 따라 조별로 나뉘어 모래시계를 이용해 경청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용욱(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신부는 ‘한국 교회 시노드 여정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발표, 시노달리타스의 핵심은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들은 교구와 본당 안에서 이뤄진 시노달리타스 실천 사례와 체험을 나누고, 시노드 여정 안에서 이뤄진 긍정적인 열매를 돌아봤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걸림돌은 무엇이었는지 성찰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회장 나현오 수녀는 “장상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을 통해 시노드 정신을 실천하고, 2025년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 준비 및 운영 과정에서 시노드 정신을 발휘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나 수녀는 “그럼에도 시노드 과정에서 남녀 수도회와 수도자들이 참여하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털어놨다.
전국 모임에는 교구별 시노드 담당자 16명과 남녀 수도자 대표로 박찬복(남장협 상임위원, 마리아 수도회) 신부·나현오(여장연 회장,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를 비롯해 남녀 평신도 대표에 현재우(에드몬드, 한국평협 평신도사도직연구소) 소장과 김남희(율리아,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이 참석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담당 옥현진(광주대교구장) 대주교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대의원 정순택(서울대교구장) 대주교도 함께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성령 안에서 대화란?
‘성령 안에서 대화’를 체험한 이들은 진정한 대화를 배우고 교회에 대한 소속감과 교회의 사명에 대한 공동 책임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성령 안에서 대화’는 캐나다와 미국 교회에서 집단을 위한 이냐시오 영신 수련 방식, 공동 사도 식별을 위한 영신 수련에서 써오던 방식을 발전시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서 채택된 대화법이다.
이 대화는 ‘성령 안에서’하는 대화라는 큰 특징이 있다. 대화는 단순히 생각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은 말이 친밀감을 낳고, 대화한 이들 사이에서 친교를 강화하는 역동성을 지닌다. 대화에 참여하는 이들은 궁극적으로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려 노력하면서, 기도 안에서 성령의 자유로운 행동에 자신을 개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성령의 소리를 식별한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묵상과 기도로 준비된 말을 나눈다. 서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의 나눔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며, 서로 논쟁이나 토론을 하거나 중간에 개입하지 않는다.
모래시계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에 발표하고, 대화 중간에 침묵으로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낙담이나 회의감에 빠지지 않고 성령께서 주시는 생명과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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