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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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사도직 현장에서] 나의 집은 어디인가?

참 빛 사랑 2025. 2. 6. 15:20
 


나는 필리핀에서 10여 년간 사목했고, 지금은 국내에서 이주사목을 하며 필리핀 형제자매들과 함께하고 있다. 가끔 그들은 대화 도중 뜬금없이 “근데 신부님, 언제 집에 가세요?”라고 묻는다. 처음엔 퇴근에 대한 질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나의 ‘집’은 필리핀이다.

종종 과거 필리핀 사목지에서 교우가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묻다가 “어디 가세요?”라고 묻는다. 퇴근길이었던 나는 “집에 가는 길이에요!”라고 답했다. 갑자기 목소리의 톤이 올라가며 되묻는다. “신부님, 필리핀에 계세요? 언제 오셨어요?” 나에게 ‘집’은 창원의 사제관이지만, 그들에게 나의 집은 필리핀이다.

얼마 전 센터의 도움으로 심장 수술을 받아 건강을 되찾고 본국 필리핀으로 돌아간 한 소녀와 SNS로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아이는 가끔 대화 끝에 이렇게 묻는다. “신부님, 집에 언제 오세요?” 마치 해외에 나가 있는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딸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내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가끔 전화를 드리면 늘 마지막에 이렇게 묻는다.

“아들, 집에는 언제 오니?” 나는 창원 사제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어머니에게 ‘집’은 여전히 내가 자란 가정이다. 어머니의 질문은 단순한 물음이 아니라, 함께 있기를 바라는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묻는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 창원의 사제관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 사목했던 필리핀 공동체일까? 아니면 나를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이 나의 집일까?’

예수님 말씀이 떠오른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 예수님께 ‘집’과 ‘가족’은 혈연이나 지리적 위치를 넘어 사랑과 신앙을 함께하는 전 우주인 것이다.

“집에 언제 가세요? 집에 언제 오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들에게 나는 단순히 직무적 사제가 아니라, 함께 울고 웃으며 기도하는 집에 함께 사는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집(home)은 결국 공간(house)이 아니다. 사랑과 믿음이 존재하는 곳, 서로를 품고 신앙으로 하나 되는 곳이다. 고향을 떠나온 이주민들이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나는 그들에게 집이 되고 싶다.





윤종두 신부(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