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일의 복음은 ‘신앙인은 정말 힘든 결단을 내려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이가 예수님께 방법을 물어보면서 자신은 이제껏 살인도, 간음도, 도둑질도 하지 않았고 거짓 증언도, 횡령도 하지 않았으며 부모님을 공경했다고 한다. 예수님은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다. 그는 슬퍼하며 떠났다. 그 유명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는 말씀이 이 복음에서 비롯되었다.
어린 시절 이 복음을 접했을 때, 이런 결심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된다. 이때 다시 보게 된 것이 예수님이 영생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는 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셨다는 구절이다.
군자가 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루에 반 이상을 공부하고, 부모를 진심으로 봉양하며, 약자를 기만하지 않고, 재물을 탐하지 않고, 위로는 예를 다하되, 아래로는 존중을 잃지 않고 친우를 진심으로 대하며 나라에 충성을 다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나 군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 계속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보시기에 그는 이런 삶을 지속해왔던 것이니 어찌 사랑스럽게 보지 않으셨을까.
작곡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바흐의 코랄(Choral) 375개를 모든 조로 전조해서 연주하는 것을 권유하였다. 화성의 미묘한 사용법과 조성의 색감을 익히기에 이만한 교재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처음에는 한 곡을 모든 조로 전조하는 데 감이 좋은 이들은 1~2시간, 조금 느린 이들은 3~4시간 정도가 걸린다. 나중에 익숙하게 되면 시간이 줄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
문제는 이제껏 완주에 성공한 이를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하루에 하나씩만 하더라도 일 년 정도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왜 못할까 생각할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세상에 금연만큼 쉬운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수천 번도 더 해봤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처음 결심을 끝까지 가져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잘 설명해준다.
베토벤이 처음 음악을 공부할 때 연구한 교재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이었다. 베토벤이 처음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때 “이 재능 넘치는 젊은이는 바흐의 평균율을 전부 모든 조로 전조해서 암보로 연주할 수 있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는 예술가가 성장해서 보인 최고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숭배한다. 이들이 그 위치에 가기까지 거친 힘든 여정과 많은 노력을 명심해야 한다. 부자가 재산을 포기하는 정도까지는 못하더라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서 그분이 사랑스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 안드라스 쉬프 연주
//youtu.be/WQXxJLsA92A?si=j9gf7tqrxDgcCSb-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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