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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재’ 대신 사법체계 보완에 힘 쏟자

참 빛 사랑 2024. 6. 26. 15:33
 
한국성폭력상담소가 13일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적 제재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하며 피해자의 입장문을 대독해 언론에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전문가들 “또 다른 범죄” 경각심 촉구

20년 만에 재조명된 밀양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개인과 일반 집단이 신상을 공개하거나 저격하는 이른바 ‘사적 제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한 유튜버가 당시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피해자 동의 없이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다. 사적 제재는 들끓는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다. 유튜버가 게재한 영상은 하루이틀사이 조회 수 200만을 넘으며 일파만파 확산됐고, 사건과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거론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다.

아울러 언론들은 유튜버들이 신상을 낱낱이 털어 게재한 영상 내용을 여과 없이 옮겼다. 사법 시스템 테두리 밖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현상을 ‘정의’를 위한 행위만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사적 제재는 또 다른 범죄”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는 사적 제재를 하는 대중 심리에 대해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처분이 못 미친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자경단 역할’을 자처하곤 한다”며 “외국에도 이같은 모습의 자경단이 있지만, 문제는 정의의 잣대를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분별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재 일어나는 사적 제재와 관련한 상황들”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식(요한 사도,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들에 대한 현 사법체계의 처벌 수위가 국민의 법 감정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법부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범죄 행위 자체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연령과 여러 정상 참작 사유들을 고려해 양형 기준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사적 제재는 명예훼손과 모욕 등 범법 행위에 속한다.

그러나 사법체계 안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제대로 된 보호와 구제 없이는 사적 제재가 계속 이뤄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선 집단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사법체계를 개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장 김민수 신부는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유튜버들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았고, 궁극적으로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적 제재는 반복될 것이기에 이처럼 무분별한 제재는 확실히 단속하고 사법체계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김영식 교수는 “사적 제재로 인해 범죄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 등 주변 사람까지 제한 없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며 “법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무차별적인 신상공개를 지양하고, 이 같은 행위를 할 경우 반드시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사법기관이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밀양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가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공개되어 또 다른 피해자가 절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 사건이 감깐 타올랐다 금방 꺼지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