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프리픽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감탄에는 불안감이 섞여 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조차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가 척척 내놓는 답변에 혀를 내두른다. 생성형 AI 기술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창작과 사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AI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달할지, 또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만큼 대체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당분간 신학자들의 실력은 따라잡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가톨릭 뉴스ㆍ분석 전문 미디어인 ‘THE PILLAR’가 AI와 신학자(교회법학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받아낸 답변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그렇다.
이 흥미로운 실험에 응한 AI는 매튜 샌더스 오브 롱비어드사가 개발한 ‘교도권 AI(Magisterium AI)’이다. 개발자들은 AI에 성경ㆍ가톨릭교회 교리서ㆍ로마 미사 경본 지침서ㆍ교회법전ㆍ교황 헌장과 회칙 등 456개 교회 문서 데이터베이스를 학습시켰다. 그리고 “미사 강론도 준비할 수 있는 AI”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인간 대표로는 신학박사 안젤라 프랭크(보스턴 세인트존스 신학교) 교수와 티모시 올슨(파고교구 교회법원) 재판관이 나섰다.
THE PILLAR는 ‘세례란 무엇인가?’,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술에 취하는 것은 대죄인가?’ 등 10개 질문을 똑같이 했다. AI 답변은 전반적으로 정확했다. 하지만 질문의 함정을 피해가지 못하고 본질을 놓친 답변이 몇 군데서 발견됐다. 아래는 질문과 답변 축약.
신학적으로 세례란?
AI: 죄의 용서와 영혼의 정화를 의미한다. 인간은 세례를 통해 교회 일원이 되고, 약속된 성령의 선물을 받는다. 또 세례성사는 신앙과 세례가 밀접하게 연결된 탁월한 성사다.
프랭크: 세례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성령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다른 성사들로 들어가는 길을 여는 문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213항 참조)
THE PILLAR 판정: AI 답변은 훌륭하다. 하지만 세례성사는 ‘신앙과 세례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프랭크 박사는 지나치게 교리서에 의존했다.
술에 취하는 것은 항상 대죄인가?
AI: 술에 취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로 간주되지만 항상 자동으로 치명적 죄로 분류되지 않는다. 대죄 여부는 중대한 사안의 존재, 완전한 지식, 고의적 동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이는 사례별로 평가해야 한다.
프랭크: 술에 취하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다만 고의적으로 술에 취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 이성적 능력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무책임하거나 죄악이 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가 항상 대죄가 될 만큼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다.
판정: 답변은 엇비슷하다. AI는 프랭크 박사보다 술에 취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음주에 관해서는 AI가 인간보다 보수적이다.
개도 천국에 갈 수 있나?
AI: 교회는 이에 대해 명확한 가르침을 갖고 있지 않다. 교회는 인간 영혼의 구원과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물론,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천국에는 무엇이든 있을 수 있다. 심지어 하늘나라 잔칫상에는 기름진 음식과 잘 익은 술도 올라와 있다.(이사 25,6 참조) 그러나 개는 이성적 영혼이 없기에 반드시 천국에 갈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두셨을까? 몹시 흥분된다.
판정: AI 답변에 ‘글쎄’, ‘아마도’라는 단어가 몇 개 들어간 것으로 미뤄 기계에는 난이도 최상의 문제인 것 같다. AI 답변도 훌륭한 편이다.
40세 미혼 여성도 부제가 될 수 있나?
AI: 교회법상 수품 후보자는 공개적으로 독신 의무를 서약하지 않는 한 부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종신 부제(permanent diaconate) 후보자에 대한 성별 제한은 명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40세 미혼 여성은 독신 의무를 포함해 교회가 정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 부제가 될 수 있다.
올슨: 아니오.
판정: AI의 완패. AI는 나이 조건에 얽매인 나머지 교회법 제1024조 “세례받은 남자만이 (거룩한) 서품을 유효하게 받는다”는 조항을 놓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여성 부제직 연구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종신 부제직도 남성에게만 유보돼 있다.
AI와 인간은 삼위일체 위격, 일반 권한과 대리 권한, 혼인의 유효성, 시노달리타스 등 난이도 높은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했다. THE PILLAR는 나름의 기준으로 답변을 평가해 신학 영역은 AI 1.5점, 인간 6.0 점수를 줬다. 교회법은 AI 0점, 인간 4점을 부여했다. 교회법은 인간의 압승이다. THE PILLAR는 “우리의 평가에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AI가 허풍을 떨지는 않았지만, 관련 개념을 혼동하고 엉뚱한 답을 하는 등 몇 가지 초보적 실수를 했다”며 “현재로선 중요한 질문, 특히 신앙과 관련된 질문은 인간 전문가에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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